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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오늘 날짠데 뭔가 낯익다. 익숙하고 전화기에서 누르다 보면 언제가 비밀번호로 썼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생각이 날 듯 말 듯 하면 궁금한 것을 넘어서 꼭 알아내고야 말 것이라는 고집스러운 기억의 탐색 과정과 답답해 미치는 감정이 동시다발적으로 머리를 지나다니면서 날 미치게 한다. 안 그래도 궁금한 건 못 참는데 말이다.
뭐였더라. 뭐였지? 누구였지? 누군가의 생일인데….
한참 미간을 찌푸리고 기억 속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얼굴에 살짝 웃음기가 맴돌았다.
A의 생일이구나. ㅋㅋㅋ
8월 21일.
내가 처음으로 연애를 하고 처음으로 손을 잡고 대부분의 처음을 함께 했던 그녀의 생일이다. '이건 연애 시리즈를 쓰라는 하늘의 계신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대학 다닐 때 사귀던 여자애의 싸이월드 홈피에서 본인의 X들에 대한 이야기를 쓴 친구가 있었다. 내가 일곱 번째였나 그랬는데 다른 여섯 남자와는 다르게 좋은 말만 있어서 보면서 흐뭇해했던 기억이 난다. 흐뭇 뿐 아니라 뭔가 남의 연애를 들여다보는 느낌이어서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 아이디어를 스팀잇에 적용해서 '선생님 첫사랑 이야기 해주세요' 시리즈를 해볼까 생각 중이었는데 오늘은 8월 21일 첫 연애를 했던 A의 생일이고 진짜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숫자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또 그걸 글을 쓰라는 계시라고 갖다 붙이는 나 자신이 그냥 웃겼다.
살면서 '이건 꼭 기억해야지' 하는 것들의 대부분을 잊어버리고 나이 탓을 하거나 머리를 안 써서 기억력이 감퇴한다는 둥 뭐 별의별 핑계를 다 들이대곤 했었는데. 그 오래전 누군가의 생일을 생각해 내다니. 기억이라는 건 참 재미있는 시스템인 것 같다.
기억하니까 갑자기 그 생각이 나네….
기억이 본인이 유리한 쪽으로 편집되어서
사실과 다르게 기억이 저장될 수도 있다는 사실.
난 국민학교 시절에 일 년에 한 번씩 전학을 다녔다. 집안 사정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학교를 옮길 때 마다 텃세가 어느 학교든 있어서 꼭 싸움을 한바탕해야 서열을 정하거나 날 인정하고 그들의 틈으로 들어오게 해 주었다. 나는 그 시절 축구나 피구나 발야구나 체육시간에 하는 대부분의 운동을 잘하는 편이었다. 운이 좋으면 점심시간 전에(꼭 점심시간에 그 반에 짱이 불러내거나 싸움을 시킨다. 넘버 3이나 넘버 5쯤을 시켜서 ㅋㅋ) 체육시간이 있어서 운동하고 나면 나의 운동 실력을 보고 자기들 편에 넣어 이기기 위해서 텃세 없이 끼워주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그 때가 3학년 때인 것 같은데 미아리 쪽에 무슨 절이 있었는데 화계사인가? 그 동네 학교였던 것 같다. 매해 그렇게 전학 때 마다 한 따까리씩 하다 보면 기억력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 ㅋㅋ 하여튼 그 학교에서 3학년 1학기부터 4학년 1학기까지를 보냈는데 그때 내 짝인 여자애랑 굉장히 친하게 지냈다고 나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친구의 얼굴도 대강 기억이 났고, 그 친구 집에 초대받아서 그 친구의 어머니가 잡채며 갈비며 맛있는 것을 많이 해주신 기억도 나고 그 친구 어머니가 글 쓰는 분이었다는 것까지 20년 가까이 기억하고 지냈으니 기억을 하면서도 '아 그 친구랑 내가 참 친했다' 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이러브 스쿨 때문이었나? 그 친구와 또 다른 친구 하나와 연락이 닿았다. 그때 나는 홍대에서 카페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너무 반가워서 카페로 두 친구를 초대했다. 한 친구는 방금 말한 일 년간 내 짝이었던 여자 친구였고 한 친구는 나랑 같이 축구를 즐겨 차던 양복 집 아들내미였다. 우리는 거의 20년 만에 만나 옛날이야기들를 나누며 반가워하고 요즘 근황들을 이야기하면서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에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 짝이었던 친구가 말해주는 사실들과 내가 기억하고 있는 사실들이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반대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말하기에는 나는 그 친구를 엄청나게 괴롭혔다고 한다. 책상의 반에다가 금을 그어 놓고 (심지어 공평하게 반도 아니고 내 쪽으로 넓게 -_-;) 거길 넘어오는 짝의 학용품이나 책을 연필이나 칼로 선을 따라 잘랐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 산 지우개도 반쪽이 되고 미술 시간에 필요했던 스케치북도 8절지가 아닌 이상한 모양이었다고 그 친구는 말을 했다. 내가? 정말? 내 짝이 말을 하는 내내 나는 정말 어마어마한 충격과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니 분명히 너랑 나랑 친해서 너희 어머니가 나 초대해서 맛있는 것도 만들어 주시고 그랬잖아. 난 분명히 그렇게 기억하고 있어.
그 말을 들은 내 짝은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그 시절 매일 울고 들어오는 외동딸을 보면서 그녀의 어머니가 통제불능 꼴통인 그녀의 짝인 나를 어르고 달래기위해서 초대를 하셨고, 맛있는 것들을 해주시면서 그녀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고 한다. 대박 !!! 그녀가 매일 울었다는 것도 충격적인데 어머니가 신신당부를 하셨다는 소리까지 듣고 나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기억 상실이 있나? 다른 것들은 이렇게 기억나는 것이 많은데 어떻게 저 부분 딱 저 파트만 1도 기억이 안나지? 기억이 나든 안나든 시간 많이 지나서 내 짝은 웃으며 이야길 했지만 정말 미안했다. 정색을 하고 그때 정말 미안했다고 그리고 기억을 못해서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 후로 난 나의 기억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기억력은 좋은 편인데 왜 편집을 할까? 연애한 기억들만 봐도 그렇다. 분명히 이별이라는 것을 했을 거고 내 기억에 내가 거의 차였으므로 분명히 아팠을 것이고 힘들었던 기억들도 많을 것인데 난 지난 연애를 떠올리면 좋은 것들 좋은 기분, 좋은 감정들이 먼저 떠오른다. 얘랑은 이래이래서 좋았고, 얘랑은 이때 이때가 참 좋았고.... 이것도 기억의 자동 편집이었나 싶었다. 곰곰히 떠올려보면 이별이나 아픔 상처 고통들도 떠올리려고 하니 기억이 나긴 했다. 하지만 대부분 먼저 떠오르는 것들은 좋은 것들이었다.
이별의 아픔이나 나쁜 기억들을 무의식이 날 위해서 지우는 것인가 생각한 적도 있고, 혹은 내가 너무 긍정적이라서 좋은 것만 떠오르나 생각한 적도 있고 나쁜 것도 기억은 하긴 하는데 좋았던 기억이 너무 커서 그게 먼저 떠오르나 생각한 적도 있다. 지금 기준에선 마지막이 가장 확률이 높다고 생각면서 살고는 있다. ㅋㅋ 대신 그때 내 국민학교 짝이었던 친구에게 했던 실수는 다시는 안하려고 노력한다. ㅜ.ㅜ 미안하다 친구야.
busy로 글을 쓰면 좋은 게 이거 읽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몇 단어째 쓰고 있는지가 나온다. 와 이걸 읽으려면 5분이나 걸린다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쭉 읽어 보니 정말 쓸데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는 글이다. ㅋㅋㅋㅋㅋㅋ 이럴때 쓰라고 있는
아몰랑
Bye~
태풍이 오고 있습니다!
그러게요 .. 이제 제일 가까운 시간이 한 두시간 남은 듯.
지난 연인들 이야기를 미니홈피에 쓰는 여자분 대단해요.... 어쩌면 앞에 6분에 대한 기억도 다 편집된거 아닐까요?
음 그친구의 경우에 본인의 삶을 되돌아 보는 포인트로 본인의 연애를 쭉 돌아보면서 글을 썼던 것 같아요. 뭔가 감정들을 잊기전에 적어 놓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매번 썼던건 아닌 것 같구요. ㅋㅋㅋ
ㅋㅋㅋㅋ 맞아요. 진짜 대단해요!
ㅋㅋ 저를 썼던 편빼고 다른 남자들 글이 기억이 좀 나면... 뭐라 더 설명을 할 수 있을텐데 기억이 잘 안나요...제 것만 기억이나서 ㅋㅋㅋㅋㅋ 대단한걸로 마무리 해야할 듯.... 대학교2학년 여자면 가능하지 않나요?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싸이월드 시절에는요 ㅋㅋㅋ
ㅋㅋㅋ한명한명 곱씹어보는게 추억팔이일수 있겠지만 6명은 꽤많아서 되돌아보기 힘들었을텐데.. 좀 섞일수도 있고..(?)
섞이진 않았어요.. 그건 확실해요.. ㅋㅋㅋㅋ
후후 어떻게 아시죠? 후후..
음 ... 제가 들은 이야기들과 그녀와 연애하기전 친구였을때 들었던 많은 이야기들과 정확히 겹치는 부분들이 많아서 확신을 했던 것 같은데... 지금.. 돌아보니..... 그것도 그녀의 기억이라 보여주고 싶은 기억이나 편집된 기억들일 수도 있으니. 사.실. 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확실한거 취소.... ㅋㅋㅋㅋㅋ 모르는 걸로.....
개맛있음. ㅋㅋ
기억을 왜곡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나쁜기억없이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는 것도 꽤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지금도 그렇게 못되게 구는 사람이 아니라면요..
초대에 응해준거 보면 힘들게 했던 기억은 아주 많은 좋은 기억중
아주 일부분일수도 있다 생각해본니다. ㅋ
지금은 천사입니다. ㅇㅇ/ ㅋㅋㅋㅋ
어릴적에 제가 지금의 저와 참 많이 달랐나 보더라구요.... 다들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이래 변했냐며... 소심하고 잘삐지고, 모나고 날카롭고.... 이랬다는.... 전 잘 기억이 ...안....... 쿨럭~!
ㅋㅋㅋ 허세남 3
전 허세남 1
저도 제가 천사정도쯤 아닌가 가끔 생각을
ㅋㅋㅋ ㅇㅇㅇ 쿨럭
남잔 허세가 있어야지요
ㅋㅋ 전 허세랑은 완전 거리가 멀어서... 어울리지도 않고 좋아도 안해서 ... 아마 허세 게이지로 따지면 0에 가까울꺼에요... 소숫점으론 좀 있을지도. ㅋㅋㅋ
나쁜의미 허세남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요
본인에 애정이 많고 자신감이 높다는 의미 . ㅋ 제가ㅡ넘버1이거든요..
네네 걱정마세요 오해는 안합니다. ^^ ㅋ 그런 의미라면 허세가 아닌거 같아요.. 자기애 정도? ㅋㅋ 자아 도취까지가면 약간의 조크? ㅋㅋㅋㅋㅋ
누가 저한테 허세가 좀 있다해서
스스로 해석을 만들어 놓고.. 제 해석에 따라 허세남이라고
지칭을 하게 되네요.ㅋㅋ
자아도취 이것도 괜찮군요 ㅋ
선생님! 첫사랑 이야기 해주세요!! 어? 하고계시네? 그럼 다음 이야기 해주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초등학교때 친하게 지냈던 애랑 중학교때 데면데면 해지다가 성인이 되서 다시 만났는데 둘다 데면데면 해진 이유가 둘다 다른 오해였어서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아직 안한겁니다. -_- ;; 픽션을 가장해서 써보려구요..... ㅋㅋㅋㅋㅋ
진짜인듯 가짜처럼 가짜 같은데 진짜인...... ㅋㅋ
오해라... 재밌는 주제군요..... 레첼님은 테마덩어리인 듯. 쓸 거리를 많이 주시는 듯.. ㅋㅋ
엄청 공감합니다.
사실 어렸을때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나이 들어서도 상황도 시간이 오래 지나면, 어떤 상황을 기억하는게 모두 자기의 입장에서 기억하다보니,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기억이 다른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그럴경우는 목소리 큰 사람, 혹은 승자의 목소리가 진실로 변하곤 하죠..
함께 모여서 예전 기억들을 더듬을 때... 한 피스 한 피스씩 추억의 퍼즐을 맞추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본인의 기억만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저도 많이 당해 봤습니다. 뭔가 분명 근다 그러자 하고 마무리는 됬는데 분위기는 싸~아~ 한 채 끝이나는..... ㅋㅋㅋㅋㅋ
ㅋㅋㅋ 진짜 공감!!
감정이 기억을 혼란에 빠뜨리는지도...
기억 잘하면 편집기술도.. ㅋㅋ
중요한 것은 그 편집기술을 좋은 쪽으로 잘 이용하는 것이죠.....이용할 수 있다면 말이에요... ㅋㅋ
역시 괴롭힌 쪽은 기억을 못하죠ㅋㅋㅋㅋ 어렸을 때 이야기가 엄청 재미있네요ㅋㅋ @wisecat님 상당히 말썽꾸러기셨군요?
제 기억 속에서는 딱 쾌활한 정도?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말썽 꾸러기 맞았던거 같습니다.
ㅋㅋ참 재밌게 읽었습니다.
기억 특히 추억속의 기억은 다 아름답지요
어쩌면 짝에게 관심의 표현이 그런 짖궂음으로 나타난건 아닐까요~?
남자들은 그렇다던데
저도 안 그래도 그래서 못 살게 굴었나를 생각해 봤는데요... 제가 그 때 맘에 들어하는 친구는 따로 있었더라구요. ㅜ ㅜ
재밌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길어서 힘으셨을텐데.
재밌게 술술 읽었어요
그만큼 글을 잘 쓰시는거구요^^
헛 .. 훅들어 오시는 군요..... >.< 감사합니다.
(잘 쓴다는 말이 낯설어서..이럴 땐 어떻게 반응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
1년에 한번씪 전학 할정도면 부모님께서 군인이셨을듯 하네요. 제 친구중에도 수시로 전학을해서 친구도 없고 도시락도 늘 안 가져오고 심지어는 김치도 먹어 본적이 없다고 선생님이 걱정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돈은 참 많았어요.^^ 우리 간식 늘 사주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학창 시절 적응하시느라 고생 많으셨겠어요. 추억일수도 있고^^
그 덕에 좀 외향적인 성향을 학습하게 되어서 결과적으로는 사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 ㅋㅋㅋㅋ
긍정적인 모습!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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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이신건 아니겠죠.ㅋㅋ
댓글보고 말씀하신거죠? ㅋㅋㅋ 모르는 걸로.... 마무리 했습니다. ㅋㅋㅋ
문학인가요?
문학은 아니지 않을까요? 기본적으로 제 이야기니까. ^^ 일기 같은 겁니다.
캣님 스타만 잘하시는줄 알았는데 글도 엄청 잘쓰시네요~!!!
팔방미남이네요^^
헐 스타두 못하구요..... 글은 더더욱 ㅠㅠ
칭찬 감사히 먹겠습니다. ^^ 팔방 절망입니다. ㅋㅋㅋ
겸손의 미덕까지~
많이 배워야겠습니다^^
버거운 칭찬에 몸 둘바를 모르겠어서 도망가겠습니다. ㅋㅋ

도망가지 마세요 그만할게요 ㅎㅎ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불금~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thx m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