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민주당이 부동산 규제법안을 강행 처리하기로 한 이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규제법안을 21대 국회에서 신속하게 추진

하기로 한 배경에는 최근 들썩이고 있는 부동산 가격을 입법 권한을 가진 국회

에서 빠르게 제어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 안

정을 위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12·16 종합 대책 관련 후속 법안들이 20대 국회

에서 통과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시장 불안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며 올해 정기

국회에서 이들 법안에 대한 신속한 입법 처리를 공언했다.

12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주택은 투기 수단이 아니라 거주 공간이 돼야

한다"며 "민주당은 집값 안정을 위해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

다. 그는 종합부동산세법, 소득세법, 주택법, 지방세특례제한법,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등 12·16 부동산 대책 당시 발표했던 5대 후속 법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

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 흐름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해

당 법안들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할 때가 됐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 민주

당 관계자는 "부동산이 불안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4·15 총선과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불가피하게 중단됐던 여야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 김 원내대표가 여당이 그동안 가져온 부동산 정책 관련 기

조나 추진 방향과 다른 새로운 내용을 갑자기 꺼낸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민주당 내에선 20대 국회에서 부동산 규제법안 논의가 진전이 없었던 것은 여당

의 입법 의지가 약했다기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무적 판단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를 들어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였던

김정우 전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은 종부세율을 다주택

자에 대해서는 0.2%에서 0.8%포인트, 1주택자에게도 0.1%에서 0.3%포인트 각

각 인상하는 내용이었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12·16 대책 관련 법안 중 하나다.

그러나 당시 미래통합당은 국민 세부담 과중을 이유로 반대했다. 민주당 내부

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해당 법안을 수면 위에서 거론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지난 3월 27일 서울 강남3구, 양천, 용산, 성남 분당 등 이른바 민주당 험지

출마한 후보자 10명은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

부세 경감 대책을 촉구했다. 지난 4월 2일 이낙연 당시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

장도 한 토론회에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 취지 필요성을 언급했다.

개발 기대감에 아파트 값이 오르고 있는 잠실 MICE 일대. [매경 DB]

사진설명개발 기대감에 아파트 값이 오르고 있는 잠실 MICE 일대. [매경 DB]

지난 4월 7일 이인영 당시 원내대표도 강남권 유세에서 "종부세 해법을 찾겠

다"고 말했다. 비록 선거 국면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시장에 신호를 줬기 때문에

20대 국회보다는 다소 완화된 내용을 담은 부동산 규제법안이 제출될지 주목된

다. 당 정책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20대 법안과 골격은 같지만 내용은 발의 단계

에서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선 규제법안들이

주로 겨냥하고 있는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대부분 패배했기

때문에 이 지역 여론이 당내에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는 의견도

있다. 앞선 10명 후보자 중 황희(서울 양천갑)·김병욱(경기 성남분당을) 의원만

20대에 이어 21대 국회에 재입성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당초 추진했던 규제 강도를 유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

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투기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라는 확고한 원칙은 변한 적이 없다"며 "사견이지만 규제를 통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그대로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

다.

민주당 내부에선 부동산 규제법안에 대해 올해 하반기 정기 국회에서 논의해 국

회 본회의 통과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올해 정기 국회 내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

다. 당 일각에선 올해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

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내년 3월부터는 차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되는데 유력 대

선주자들이 표 떨어지는 소리를 하겠느냐"며 "올해 김 원내대표가 해당 법안 통

과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에선 전·월세 관련 법안의 입법 논의

도 함께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박주민·윤후덕 의원 등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

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 법안에는 세입자가 월세 3기분을 연체하는 등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 집주인은 세입자의 재계약 요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