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갠 오후.
엊저녁부터 쏟아진 소나기는 길가에 몇 몇 웅덩이를 만들어 낸 채 오후에서야 사그라 들었다.
눈만 껌뻑껌뻑 뜨고 감았다. 모든 감각을 둔하게 만드는 비 내리던 날, 버퍼링에 걸린 것처럼 몸은 느려지고 발걸음도 한 결 무겁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에서 낮아진 명도를 체감한다.
이상하게도 선명해지는 것은 소리. 빗소리, 비 내린 도로 위를 달려가는 차 소리, 작은 경적소리마저...
사람들의 대화 소리마저도. 어디선가 과학적으로 비내리는 날 소리가 잘 전달되는 이유를 쓴 글을 본 기억이 난다. 그다지 관심사는 아닌지라 세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하여튼 소리가 더 잘 들린다는 내용이었다.
소리와 함께 또 확장된 감각은 후각.
비 내리는 날이면 항상 흙냄새라거나 비와 함께 실려온 바다의 짠내를 맡았다.
산을 걸을 때에는 풀내음에 코를 킁킁 거리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회색 슬렉스에 하얀 셔츠를 걸쳐 입고 집을 나섰다.
휴일에 온 소나기는 마음껏 쉬고 싶은 날에는 환영이다. 푸근해진 기운에 빗소리에 별다른 생각 없이 시간의 흐름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으니까. 물론, 쉬고 싶은 날은 말이다. 또 쉴 수 있는 날은.
비가 개인 하늘엔 아직 구름은 우중충하니 남아 있다.
장마가 사라지고 건기와 우기로 나뉜 계절성 소나기로 바뀐다더니 정말이다.
아무 생각없이 나선 길에서 나의 발걸음은 편하게 성당으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섰다.
유서가 깊은 곳인지라. 평일인데도 사람이 꽤 있었다.
그래, 그렇게 도착한 기도실이었다. 아무 생각 없었다.
그저 발길 닫는데로, 발걸음 가는 곳으로, 그렇게 어느 새 나는 기도를 하고 있었다.
기도실 문을 열었을 때에는 습습한 냄새가 감겨왔다.
나무나 지하에서 날 법도 한 특유의 내음이 오감을 사로잡았다.
포근하다. 비오는 날이니 더 아늑하다.
오늘은 사실 기도라기보다는 내 마음을 돌아봤다. 정신없이 달려왔다. 멈출 줄도 늦출줄도 모른 채 힘을 다 소진하고 나서야 오늘 나는 이 자리에 왔다.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그 동안 있었던 일들, 지나쳐왔던 감정들, 속에 묵어놨던 생각들. 오롯이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담담히 그것을 마주하는 시간, 그럴 수 있는 이 날을 주신 것에 감사했다.
흙탕물같던 마음은 서서히 가라 앉고 맑고 잔잔히 그저 흐르는 그 것에 집중했다.
시간은 고요히 흘렀다.
'?'
눈가를 찡그렸다.
천천히 숨을 코로 두어 번 끊어 들이쉬었다.
미세하게 악취가 나는 듯 했다.
'무슨 냄새지?'
이상했다. 기도실 문을 열었을 때에도 방에 들어왔을 때에도 나는 맡질 못하였었다.
비긋이 감았던 눈을 떴다.
좋지 않은 냄새가 가시질 않았다.
호흡을 얕게 떴다.
냄새의 근원지는 곧 찾아 내었다.
언제부터있었을지 모를 작은 검정 봉지에 쌓인 무언가가 눈 앞에 놓여있었다.
이상하다. 들어올 때는 보질 못하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러 들어 오는 곳이고 누군가 잃어버렸다기에도 분명
쓰레기임에 분명했다.
문을 나오며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봉다리를 손끝으로, 그 닿는 부위를 아주 좁게하여 잡았다.
손끝엔 휴지를 두겹 싸서.
만지기조차 싫었다. 닿는 거 조차 질색이었다.
쓰레기통에 조용히 넣었다. 혹여 냄새가 새어나오기라도 할까봐,
좋지 않은 냄새가 분명했다.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확인하기 조차 꺼려졌다.
그저 버렸을 뿐.
다음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길 바랬을 뿐이다.
이유를 알고 싶지 않던 마음 한 켠의 아림이 가신다.
마음을 가벼이 화장실에 가서 향긋한 비누로 손을 씻고
발걸음을 가볍게 건물 밖으로 나왔다.
구름이 어느 새 맑게 게어 있었다.
해는 쨍쨍하진 않아도 환하게 비추이고 있었다.
그리고
무지개였다. 몇 년만인지.
도심 속 무지개는 더더욱이, 오랜만이었다.
상처에 아파하는 것은 누군가가 던진 쓰레기를 계속해서 쥐고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이란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풀어낸 단편소설입니다. : )
오.. 표현력이 소름입니다.
그렇군요~.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감사한 말씀입니다 : )
비님이 내리시니,
흙 향기, 비누 향기와 함께,
마음의 향기가 되살아나는군요!
츄카드려요~~~
보팅...리스팀...할께요!
마음의 향기..ㅎㅎ 리스팀 감사합니다.
맞아요... 쓰레기는 빨리 떼어내고 씻어야죠...ㅠ 잘보고 갑니다^^
그죠... ㅎㅎ 뜬금없지만 전 손 씻은 후에 비누향이 참 좋더라구요. 자주 뵈어요 : )
검은 봉다리에서 미테리로 전환되나 싶었네욬
잘보고갑니다~
마테리 정신에 대한 물질, 맞나요? ㅎㅎ
정말 뇌구조가 다르신것 같아요...
어떻게 저런 단어를 저렇게 감각적으로 나열하시는 걸까요...
뇌구조 ㅎㅎ 재밌는 표현이에요. 감각적이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
비때문인지 글이 잔잔한 느낌이에요.
요즘 무지개 보기 참 힘들죠..
글 잘 보고 갑니다.^^
비오는 날의 잔잔함이 참 좋아요. 무지개 보기 힘들죠: ) 본지가 언젠지...
좋은소설 잘 보고 가요 ㅎㅎ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상처는 타인으로부터 비롯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그 상처를 계속 지닐지, 버릴지는 나의 선택에 달린 것 같기도 해요...
글 속에서 생생한 향기가 났어요. 그리고 느낌과 분위기까지...
몰입해서 생각에 잠기게 만든 단편 이야기 재밌게 잘 봤습니다 ^^
글 속에서 향기가 나다니, 감사한 말씀이세요. 앞으로 더 좋은글로 찾아뵙겠습니다 : )
잘 읽었습니다.
소나기속에서..우리는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되네요.
편안함..외로움..행복..등등
@napole님 글 안읽으셨죠 !ㅋㅋ: D
@napole님 정말 바쁘신 와중에 찾아주셨는데 제가 배려가 부족했어요 : ( 그것도 이렇게 정성스럽게 길게 댓글을 남겨주셨는데 말이에요.
가독성이 최고십니다. 글이 좀 길어도 쭉 다 읽었습니다^^ 머리 속에서 무엇인가 생각이 나는 밤이군요.
감사합니다~. 어떤생각일지 궁금하군요
올리신글 잘읽어보고 갑니다. ^^ 누군가가 던진 쓰레기는 받지도 마음에 품지도 말고 빨리 떨쳐버려야죠! 안좋은 기억들은 빨리 잊고 기분전환을 해야죠~~~ 휴일 저녁 마무리 잘하시고 내일도 화이팅 하는 하루 되세요!
받지도 품지도 말고 ㅎㅎ 공감되어요. 벌써 3월의 말이네요, 이번 한주도 화이팅입니다 : )
읽고 갑니다. 저도 단편 소설 연재 시작했는데, 소통하면 좋을 거 같아 팔로우합니다.
오, 좋아요!! 저도 팔로우합니다. 글 읽으러 갈게요 : )
놀랍네요 단편소설도 쓰시고
글을 원래 쓰시던 분인거 같은데요 ㅎㅎ
대단합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의욕이 샘솟는군요 ㅜㅜ
오옷!! 놀라운 표현력입니다.
감사합니다 : ) 더 좋은 글로 찾아뵙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이벤트 참여 감사합니당~^^
보팅하구 가용~ㅎㅎ
좋은 이벤트 감사합니다 : )
재밌게 읽었습니다. 문단을 전환하는 방식이 시적이네요.
이런 느낌들이 좋아요^^
소나기 때문에 패인 몇 몇 웅덩이들도 얼른 보송보송하게 말랐으면 좋겠네요^^
구체적인 칭찬까지 감사해요~ : ) 보송보송한 봄날의 이번 한주도 잘 보내시길!
잘 읽엇어요 차분해 지는 거 같아 좋네요
감사해요. hyeheyhye님의 차분한 마음과 어루러졌나봅니다: )
비오는 지역에 계시나 했다는... 아주 실감나는 소설이었습니다..ㅎㅎ
현실은 미세먼지가 한창인 지역에ㅜㅜ 감사합니다 ㅎㅎ
[수동보팅 이벤트] 스팀파워 임대 기념 이벤트 6회
보팅 완료했습니다 좋은 글 잘봤습니다~!
좋은 이벤트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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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오.. 시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ㅋㅋ
전달하고자 하는 것 외의 불필요한 설정을 모두 제하고나니 그리 된 듯 해요 ㅎㅎ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팔로우 & 보팅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팔로우했어요.
이벤트 참여감사합니다 그리고 가만히 팔로우 해봅니다.
단편소설이라는걸 몰랐다면 수필인줄 알았을겁니다. 깔끔하게 읽어지내요. 화이팅하십시요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확고했거든요 ㅎㅎ 다음엔 인물설정과 스토리도 구비하여서 준비해볼까 해요. 감사합니다! 팔로우했어요
와~진짜 책에 있는내용을 옮기신줄알았어요!!
팔로우하러왔다 좋은글보고 가네요~자주올께요
감사합니다 : ) 저도 자주 놀러가겠습니다!
아! 제가 아는 소설 소나기가 아니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아는 소설은 무 먹다 병걸려 죽은 소녀가 그때 무를 줬던 소년을 자기가 죽을때 같이 묻어 달라는 소설이었는데.ㅋ
사실 저도 제목 쓸때 자꾸 그 소나기가 생각나더라구요 ㅋㅋㅋㅋ 한컴타자 연습할 때 있던 그 소나기죠?!
와... 글에 사람냄새가 뭍어 나오네요... 팔로우하고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팔로우했어요.
아...ㅠ 쓰레기통에 버려버리듯 상처를 훌훌 털어버려야할텐데요ㅜㅜ
좋은 글 감사합니다!
팔로우 드리고 가요~
훌훌 털어버리시길 응원합니다 : ) 감사합니다. 팔로우했어요.
글 잘쓰시네요..... 소나기 이후에 상큼한 느낌을 예상하고 들어왔다가 조금 다른 시각의 글 잘 보고 갑니다
오, 소나기 이후 상큼함. 미세먼지가 많은 지금 바래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맨 아래 설명을 해주시니 더 좋은거 같아요.
단순히 냄새나는 쓰레기를 버린게 아니군요.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그가 힘든게 아니라 내가 힘든것이란 말이 생각나요. 상처를 품고 사는 것 또한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이겠죠. 비누칠해서 향긋하게 씻어내 듯 간단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허허.
상처를 품고 사는 것 또한 정말 힘들죠 : ) 간단하다면 아픈 사람 없이 밝은 사회가 될텐데 말이에요~ 허허.
좋은글 보고갑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