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그녀~~~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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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웃 여러분...
오늘 7월의 마지막 토요일 입니다.
문득 생각나는 손님이 있어서 떠 올리며 기억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포스팅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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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첫 만남은 2008년 여름..
해마다 7월 4일 즈음이면 뉴욕의 많은 사람들은 다른 나라로 다른 지역으로
긴 휴가들을 갑니다.
반대로 많은 다른 국가에서, 또 다른 지역에서 뉴욕으로 관광을 오기도 하죠..

뉴욕의 대부분의 비지니스가 여름이 성수기로 관광객들이 붐비는 시기이기도 하구요..
2008년은 9월 서브 프라임 금융위기 가 오기전까지는 어딜가도 바글바글
관광객들이 가득차 있는 호황기 였어요.

그녀는 , 독립기념일이 들어있는 7월 첫 주에
처음 우리가게에 들르게 됐어요...

그녀의 이름은 마가렛,
몸무게가 거뜬히 80킬로는 넘어보이는 할머니 인데 다리가 몹시 불편해서 지팡이를
짚고도 보통 사람이 10분이면 걸을수 있는 거리를 마가렛은 30분 넘게 조심조심해서
걸어서 온답니다.
반쯤 굽은 허리에 매우 불편해 보이는 자세로 걸어 들어오던 그녀..
옷차림은 정말 여름에 어울리는 쨍한 파란 야광 빛 원피스에 주렁주렁 레이어드한 볼드한
목걸이와 팔지... 거기에 새하얗게 바랜 흰 머리칼과 하얀 그녀의 피부..
들어 오면서 나 예약했어! 라고 하는 우렁차고 걸걸한 그녀의 목소리에
가게 안 모두가 쳐다볼수 밖에 없었던 첫인상 이었죠...

처음엔 약간 뉴욕스럽지 않은 그녀가 관광객 이구나 라고 짐작만 했어요
그리고 그 해에는 매주 토요일 4주를 왔다 갔죠...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다음해 7월 첫째주,
전화기 넘어 목소리에 단번에 그녀를 기억할수 있었읍니다.
뭔가 무지 반가운 ...
그렇게 그녀는 1년에 한번 한달동안 우리가게 를 찾는 단골 손님이 되었어요..

목소리도 그렇고 억양도 살짝 알아듣기 어려운 톤이라
그녀와의 대화는 순조롭지는 않았어요..
뭔가 혼자 읍조리는 듯한 어투.. 하지만 굉장히 활발하고 유쾌한 사람 이었어요..
그러다,
몇 해 째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를 방문하는 그녀가 궁금해졌죠...

항상 7월 4일을 몇일 앞두고 타임스퀘어 근방 같은 호텔에 투숙해요.
저희 가게는 항상 혼자 오는데 호텔에 남편이 기다린다고 합니다.

몇년을 물어도 항상 같은 대답입니다.
남편이랑 해마다 메이시 백화점 에서 주관 하는 불꽃놀이를 보고
해마다 같은 뮤지컬을 보고,
해마다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해마다 같은 사람을 만나요...

3년 정도는 그게 이상하다는 느낌을 못 받았어요..
4년째 되는 해부터 할머니 몸 상태가 좀 더 나빠지는 느낌이 들었죠..
거동이 불편하다 보니 오는것도 돌아가는것도 쉽지 않아 보여요..
그래서 그 즈음 부터 내가 호텔까지 모셔다 드리게 됐어요..
그렇게 친해지면서 할머니 에게서 들은 얘기는,

마가렛은 하와이에서 사는 분인데요..
오래전 남편과 이 곳 호텔에서 묵었던 추억이 있나봐요..
할머니는 해마다 남편과 동행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혼자 남편과의 추억 여행을 오는듯 해요...

혼자 쓸쓸히 저녁거리를 사가지고 들어가는게 맘에 걸려
항상 마지막주 토요일은 저희랑 저녁을 같이 했는데,
그때도 남편은 피곤해서 잠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얘기하다보면 마가렛이 말하는 일정을 마가렛 몸상태로는
소화하기 힘들어요....
해마다 같은 일정을 기억을 더듬어가며 상상하는것 같아요~~~
남편과의 일만 빼면 마가렛은 완전 정상 입니다.
젊을때는 교사 였었고 뉴욕에서 남편과 만나서 몇년 살다가 하와이로 간지
20년좀 넘었고 자녀는 없고 강아지를 가르며 남편이랑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남편과 함께 이 시기에 뉴욕에 오는게 좋다..
계산도 아주 바르시고 전혀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 무척 외로워 보여서 호텔 앞에서 잡았던 손을 놓으려면
아쉬워 하며 몇번이고 허그를 번복하는 마가렛...
남편과 나는 그냥 마가렛의 얘기를 믿어 주기로 했읍니다.
남편과의 추억을 얘기하는 마가렛은 행복해 보였거든요..

마가렛을 보내고 나면, 복잡한 심정이 됩니다.
혼자서 하는 두 사람의 여행은 어떤 기분일까
마가렛은 무엇을 찾고싶어 해마다 여기를 오는걸까..
로맨틱 하다고 하기엔 너무 아픈...
그녀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손님 입니다.

마가렛은 2016년 여름까지 왔었어요...
그 해는 좀 더 굽은 허리에 조금은 야윈듯 보였는데, 눈에띠게 거동이 불편해
보였죠
9년째 오랜만에 만나다 보니 확연한 차이를 알수 있겠더라구요..
뭔가 마지막 일거 같은 느낌.....
그 여름에도 같은 호텔에서 같은 뮤지컬을 보고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4주를 저하고도 만났죠..
생각해보면 그 해 마지막 식사를 하고 남편과 호텔 앞 까지 모셔다 드리는데
유난히 걸음이 느렸어요..
열번은 넘게 허그를 하고 손을 잡고 내년에 또 만나자 ~~ 건강해라~~
하와이 놀러와라~~~ 이별의 시간을 뒤로하고 헤어 졌는데..

다음 해에 7월 들어서자마자 난 마가렛을 기다렸어요...
7월 한달을 기다리다 하와이 오면 꼭 들르라 적어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죠..
몇 번을 전화도 하고 메세지도 남기고
했는데 끝내 연락이 안되네요....
그래도 전화가 끊기지는 않았다는데 안도를 합니다
특유의 그 우렁찬 목소리로 메세지를 남기라고 나오거든요...

오늘 7월의 마지막 토요일 그녀도 나도 변화가 있지 않았다면 ,
늘 그렇듯 오늘 또 추억속에 그녀의 남편 이야기를 들었을 텐데....

가게를 정리하면서 , 오래된 단골들과는 만족할 만한 이별의 인사를 주고 받고 나왔는데
끝내 마가렛 과는 제대로 된 이별 인사를 못한거 같아 아쉬워요....

오늘 이 시간 어디서든지 마가렛의 행복한 기억속에 그녀가
숨쉬고 있기를 바랍니다.
우정이란건 나이, 성별 국적 상관없이 만들수 있다는걸
알려준 한 사람 으로 전 마가렛을 기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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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나름의 사연을 만들고 그 사연을 지닌채 살아갑니다.
때로는,
그렇게 소중한 사연을 만드는 이들이 부러울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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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따스함이 느껴지는 분인 것 같아요~!!
포스팅 곳곳에 댓글의 곳곳에 님의 마음이
가득 느껴지거든요~ 저도 소중한 사연이 가득한
마음 부자가 되고 싶네요^^

아 오랜지님 칭찬 감사해요..
비지니스 오래 하다보니 냉정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ㅎㅎ
그래도 정이라는건 어디서든 사람사는 곳에는 있더라구요
아젠 정말 따뜻하고 푸근한 사람이 되고 싶네요!
오랜지님의 얘기 기억할게요^^

잔잔하면서 따뜻한 책을 읽은것 같아요. 마가렛 할머니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_^)

마음 찡 해지는 얘기들 많아요 ㅋㅋ 좌충우돌 부딪히며 오랜 시간 하다보니..
저도 마가렛이 행복하길 빌어요.. 애런님도 행복하실겁니다!!
굿 밤 하세요~~~~

역시 katie님 내외분은 cool 하십니다!!!!!!!!!!!
So cool!!!!!!!!!!
아름다운 내외분!!!!!!!!!!!!!!

에공~~~ 제이님도 같은 상황이면 마찬가지 였을걸요?
미국엔 가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안고 묵묵히 살아가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이제는 좀 이해가 가는걸로... 나이를 먹었다는 거겠죵 ㅎㅎ

한편의 영화 같네요^^

그쵸 처음에 할머니 모습이 많이 코믹한 캐릭터라서 그렇게 생각 안했었는데
만남을 거듭 할수록 짙은 그리움의 색을 알겠더라구요..
지우고 싶지 않은.....

가슴이 찡해지네요. 추억을 간직하시는 분의 아름다운 모습이란..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뉴욕을 방문하는 한달을 빼면 나머지 시간을
하와이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인연은 어디에서나 이루어지는군요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마가렛은 저에게 짧지만 좋은 친구가 무언지 알려준거 같아요..
좋은 인연이었죠..저도 이렇게 간간히 마가렛을 기억 하겠죠~~~
또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 주기를 바라기도 하면서... 이런게 인연 인거 같아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녀의 추억여행 속에서는 언제나 @katiesa님도 함께였군요
그 할머니는 행복한 삶을 사셨을거라 생각돼요

저도 함께여서 좋았어요..
인생의 마지막 일지도 모르는 시간들을 사랑했던 사람과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행복해 질수도 있구나....
마가렛은 남편이 옆에 있다고 생각하는것 외에는 너무나도 정상인 할머니 였어요
아주 밝고 또렷한 ..지금도 행복하길 빌어요....

추억 여행이라니
웬지 영화를 보는 듯^^

처음에는 뭔가 기이한 느낌, 저도 영화 스토리 가 생각 났는데요
나중에는 뭔가 마가렛이 이해가 가더라구요..
남편을 지우고 싶지 않은...
마가렛의 기억속에 남편은 마가렛 처럼 할아버지는 아닌거 같았어요 ㅎㅎ

가슴이 찡해지는 사연이네요 ㅠ
7월이면 항상 생각나시겠어요.
건강히 잘 계셨으면 좋겠네요

토토파파님 잘 지내시죠?
아마도 7월이면 항상 떠올릴듯 합니다^^
그 큰 풍채에 넉넉한 웃음이 잊어버릴수 없는 캐릭터 에요~~~
더운데 건강 유의 하세욤!

연락이 될 때까지 전화를 해보세요...
아마도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뉴욕에 추억여행을 안 오실지도 모르지만, 혹시 올해도 오셨다면 @katiesa님이 가게를 그만두셔서 할머니도 궁금해하고 계실테니까요.
만약 아예 추억여행을 못오시는 상태시라면 할머니를 위해 기도를 해드려야할 거 같아요.

직원들이 그대로 있어서 만약 오셨다면 저한테 연락이 왔을거에요
다시한번 전화는 해봐야 겠어요..
작년에 두달정도 계속 했었는데..
연세가 좀 있으시고 건강이 그렇게 좋지는 않으셔서 걱정되긴 해요
마지막 여행 때도 혼자몸으로 이렇게 먼곳까지 오는게 쉽지 않을거라 생각 했거든요..
장시간 비행기 타는것도 아마 닥터가 하지말라고 할거 같아요 ...

영화보는것처럼 글을 읽었더니 찡하네요...

노트북 영화가 생각나네요....
영화 같은 이야기죠!

그리워서
너무나
그리워서

남편을 많이 사랑했던걸 느낄수 있었어요..
사랑이란게 그렇더군요~~~

한편의 영화같네요. T^T 마가렛도 katiesa님을 잊지 못할거에요.^^

저도 출연할수 있어서 기쁘네요~~~
마가렛은 정말로 남편이 같이 동행 하고 있는 듯 보여서
저도 그 남편을 느낄수 있었거든요..
행복했으면 해요~~~

아... 따뜻하고 아쉬운.. 그런 추억이네요. 케이티님의 따뜻한 애정과 관심에 마가렛 할머니께서 잠시나마 참 행복하셨을것 같아요. 비록 혼자하는 여행이지만 마음엔 항상 남편분께서 함께 하셨으리라 믿어요. 할머니가 건강하게 계셔서 다시 한번 만나셨으면 좋겠네요 ^^

그러게요 건강을 찾았으면 좋겠는데..
다시한번 전화 해 봐야겠어요...
통화라도 되면 참 반가울거 같아요!
저에게도 좋은 기억 입니다^^

아름다운 영화한편 보는 듯 하네요...우정이란.."나이 성별, 국적 상관없이 만들 수 있다는 걸....." 공감은 하는데 실천은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네요..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사실 다 그렇지는 않구요 ㅎㅎ

뭔가 먹먹해지는 스토리네요 ㅜㅜ
그분이 이해가 되면서도 그렇게 힘들게 찾아가서 매년 추억을 되새길 만한 일인가 생각이 들기도~
뭔가 시적인 표현같기도 합니다. 혼자 가는 여행이지만 둘이서 나누는 추억같은걸 음미하는 혼자아닌 혼자? 에구 저도 제가 뭐라고 하는지 ㅋㅋㅋㅋ
자동응답기가 아직 작동중이니 아직은 거기 계신가봅니다.

전 마가렛을 이해하는데 몇년이 걸렸는데요!
사실 지금도 100%이해한다고 못하지만...
그리고 만약 내 가족이라면 또 어떤 판단을 하게 될지는...
하지만 중요한 거는 마가렛이 남편 얘기를 하는 동안은 행복해 보인다는 거죠...

감동적인 이야기에 가슴이 멍해져서 말을 잊었네요!

짧게 요약해서 들으셔서 그럴거에오 몇년에 걸쳐 겪어온 저는 감동이라기 보다
마가렛이 좀 안쓰러웠어요... 그래도 오래 볼수 있기를 해마다 바랬는데...

케이티님은 생각데로 따뜻한 분입니다. 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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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사람이고 싶어욤^^ 기분 좋은데요~~~

대박사건!!

저는 운명을 믿습니다. ^&^

저도 운명은 어느정도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