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로맨틱한 영감탱이

in #kr7 years ago (edited)


이런 로맨틱한 영감탱이



모든 도시를 가본 것은 아니지만, 가본 곳 중에 좋아하는 곳을 꼽으라면 암스테르담. 작지만 촘촘하게 들어찬 도시. 촘촘히 떠 놓은 거미줄처럼 만들어진 운하들 사이로 배가 떠다니고, 트램이 도시를 가로지르고, 자전거들이 당당히 도로를 차지하고 있는 곳. 잘 관리된 전통가옥을 배경으로 다양한 탈 것들이 리듬을 이루어 돌아가는 도시.

그런 암스테르담을 두 번째로 방문했던 때의 어느 저녁이었다. 어스름해질 무렵 사람들은 각자의 탈 것을 타고 퇴근을 서두르고 있었고, 나는 빌린 자전거로 그 흐름에 섞여 페달을 밟으며 그들과 도시의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멋진 젊은이를 따라 코너를 돌던 중, 이름 모를 암스테르담의 어느 골목에서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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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본 아주머니를 데리러 온 걸까, 알 수 없었다. 둘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마주친 후 아주머니가 뒷자리에 올라탔고, 아저씨는 잘 탔는지 슥 보았을 뿐. 그리고 적당한 속도로 자전거는 굴러갔다. 자전거의 속도는 아주머니가 적당히 풍경을 구경할 정도의 속도였던 것 같다. 머리가 기분 좋게 흩날릴 정도, 딱 그 정도. 나는 관심 없는 사람인척했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두 분을 염탐했다...그저 이 순간이 너무 낭만적이어서.

그 날 깨달았다. 이상형을 꼽으라면, 로맨틱한 영감탱이가 될만한 남자라고. 삶에 낭만이 베어 나오는 사람. 그런 사람을 발견하고 서로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생을 함께 살아갈 수 있으면 더없이 좋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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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명이 거하게 고기랑 술을 먹으러 갔던 어느 날, 고깃집 벽에 무심히 붙어있던 A4용지 한 장에 마음이 갔다. 꾹꾹 눌러쓴 글자에 시선이 머물렀다. 계절메뉴가 아닌 '계절의 미각'이라고 쓸 만큼의 낭만. 나는 고깃집 사장님께 “사장님 참 멋진 분이시네요.”라고 건넸다. 그 후에 몇 번 갔다가 단골손님과의 대화에서 사장님이 시를 좋아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시의 빠른 리듬속에 빠르게 살다가도 가끔 멈춰 설 것이다. 암스테르담에서처럼, 고깃집에서처럼, 빛바래지 않을 낭만 한 웅큼 품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팔기 위해 만든 음악들 사이로 벨로쥬의 음악이 들려온다면. 손글씨로 쓴 엽서를 건네는 사람이 있다면. 가끔 멈춰 설 것이다. 혹시 당신이 그 사람일까 하고.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참지 못하고 또 말하고 말 것이다. “당신, 참 멋진 사람이네요.”라고.


@garden.park 님의 한여름 밤의 도라지 위스키 공모전에 응모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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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을 꼽으라면, 로맨틱한 영감탱이가 될만한 남자 **
앞으로 늙으면 로맨틱한 영감탱이가 되어야겠습니다.ㅎㅎㅎ

아주 가끔 손글씨로 써내려간 비즈니스 레터를 받는 경우가 있어요. 종이를 자세하게 살피게 되더군요. 진짜 손으로 쓴 것인지 보려구요.

페달을 밟으며 말 하지 않아도... 좋네요^^

왠지 암스테르담을 갔다고하면 여행을 엄청 다녀야 갈수있는곳 이라는 느낌이 있어요 ㅎㅎ
계절의 미각 ~ 보통분은 아닌거 같아요

낭만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경아님도 멋진 분이세요 ㅎㅎ

저도 저 사진처럼 자전거 태워주시는 모습에서 로맨틱한 영감탱이와 할망구(?)가 진짜 좋아보이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

추가로 항상 손 잡고 걸으시는 노부부 보면 그렇게 좋아보이더라고요ㅋㅋㅋㅋ그럴때마다 마음속으로 풀보팅 날리고 있어요ㅋㅋㅋㅋㅋㅋ

저런 낭만 적인 도시를 두번씩이나 가보셨다니.. 부러울 따름이에요😌

길가다가 아주 가끔 애뜻함이 묻어 나오는 노부부를 볼때가 있어요. 그럴때면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거친 세월의 흔적들을 그 둘이 함께 의지하며 버텨왔다는 생각을 하니 말이죠. 그 때마다 그 모습들이 너무 아름다워 저도 그럴게 되리라 마음먹곤해요🤠

제목 자체가 낭만이네요^^

이런 할망구같은 로망하고는^^

경아님은 참 속이 깊어요.
어쩌면 인생을 웬만큼 다 산 사람 같아서...

글 읽다보면
내가 다 개운해지니 말입니다.

근데 관찰자 낭만보다
온몸 낭만도 즐겨보시길^^

로맨틱한 영감탱이를 이상형으로 말하고, 계절의 미각을 낭만으로 바라보는, 경아님 역시 참 멋진 사람이네요.🙏

글 읽는 내내 미소가 지어지네요~!!
당신은 참 멋진 사람이네요^^

저도 서서 염탐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ㅎㅎ 로맨틱한 영감탱이로 늙어 갈 남자....어디가면 만날 수 있나요...ㅋㅋ일단 돌아다녀야....

암스테르담은 한번도 못가봤는데 굉장히 낭만적인 곳일 것 같네요:>
계절의 미각이라니~센스있는 사장님이 계시는 곳이군요!ㅋㅋ

읽는데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네요. 경아님 로맨틱한 영감탱이 만나시길 :)

고깃집의 손글씨와 암스테레담만 해도 낭만적인데 낭만 속에서 더 걸쭉한 낭만을 찾아내셨군요.

재밌네요.
로맨틱한 아재랑 살고 있는데
그다지 좋은걸 모르겠는데요?
ㅋㅋㅋ

어떤 이에겐 사소하게 보이는 것이겠지만, 낭만을 보고 느낄 줄 아는 경아님.. ^^ 말은 하지 않아도, 그런 낭만을 함께 누릴 줄 아는 멋진 분이 언제나 함께 하실 겁니다. ^^

경아님 글 덕분에 저의 암스테르담의 추억도 떠올라... 잠시 회상에 빠지는 기분 좋은 시간이였습니다..^^ 저도 유럽의 많은 도시중 암스테르담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오랜만에 저의 추억 사진도 한장 소환해 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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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한... 영감쟁ㅇ..ㅣ... 버킷리스트에 추가해봅니다 ㅎㅎㅎ

로맨틱한 영감탱이라, 멋지네요.
로맨틱한 할망구와 로맨틱한 영감탱이가 알콩달콩~!!
꿈이 꼭 이루어지시길 바랄게요. :)

누군가 나의 일상을 로멘틱하게 봐준다면 참 기분 좋을 것 같습니다.

크.. 두분의 모습에 괜히 입가에 미소가...
저도 저런 남편이고 남자가 되어야 될텐데 말입니다..
배우고가네요..또..

수상을 응원합니다. ^^
로맨틱한 영감(?)도 곧 만나시길 낭만적으로 응원합니다 ㅋ

멋있게 늙어야 할텐데요..
전 일단은 계획대로 잘 안되고 있습니다..ㅋㅋ

저들 부부도 서로의 행위들을 낭만적이라고 생각할까요? 그들에겐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 느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ㅎㅎㅎ
자신도 모르는 낭만이 몸에 베어있는 영감탱이 어딘가에 꼭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실력이 좋으십니다. ㅎ

전에 읽었던 눈물 대신 여행이란 책에서 사랑이란 왠지 모르게 가슴 찡한 뒷모습을 완성해가는 일 이라고 쓰인 걸 봤어요. 저도 지금 남편이 로맨틱한 영감탱이가 될 때까지 함께 가슴 찡한 뒷모습을 만들어가고 싶네요. ^^

우리집 남자도 엄청 낭만적인 사람인데 나중에 영감탱이 되서도 낭만적일지는 잘 모르겠어요 ㅎㅎ

네, 그렇죠. 사는 거 별거 아닌데. 큰 뭔가가 주는 행복보다 이런 잔잔한 일상이 더 아름다운 것 같아요. 울 마눌도 "데이트"라는 단어 하나에 행복해 하더라구요. 그게 저녁먹고 동네 한바퀴도는 것이더라도, 저는 결혼기념일이면 편지를 써서 메모처럼 접어 식탁에 두고 옵니다. 직접 전해줄 "끼"는 아직 부족한 듯해요.
저도 저 아저씨처럼 도란도란 살았으면 합니다. 냉장고에 출력해서 붙여놓을까 해요.

낭만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네요.ㅎㅎ

저 글씨-힘과 진정성이 느껴지네요. 경아님의 글도 말이죠.^^

아 짠하네요.
아름다워요, 자전거에 탄 두 분.

글 마무리 부분 너무 좋네요. :)

책 매우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읽는 내내 내 18년의 직장생활을 돌아봤네요. 거창한 리뷰로 보답하겠습니다.

나하님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 리뷰는 마음에서 우러나오시면 써주세요! 부담드리고 싶지 않아서 그러합니다ㅎ 세상에 좋은 책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요ㅋㅋ 오늘 좋은 하루 되시구요!

읽으면서, '와~~ 이 책 리뷰는 시리즈로 써야겠다. 쓸 게 너무 많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좋았어요. ^^

영감탱이라는 글이 큐바를 떠올리게 하였답니다.
큐바의 영감탱이들이 그리도 낭만적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