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과 저작권

저작권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음란물(AV)은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또 그 자체로 현행법상 불법이어서 그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적다고 볼 여지도 있는데요.
이 음란물에 대해서도 저작권을 인정해야 하는지 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음란물 유포와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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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캐(가명)씨는 P2P사이트에 음란물을 대량으로 유포하는 업자였습니다. 자신이 올린 음란물이 다운로드될 때마다 포인트의 일정부분이 업로드한 사람에게 지급된다는 사실을 알고, 금전적 수익을 얻기 위해 친인척 등 명의를 도용하여 총 33개의 아이디를 만들었으며, 필터링을 피하기 위해 파일의 확장자를 zip. rar. exe 등으로 변경하기도 하고, 제목에도 글자 사이에 . , ! - 등을 넣는 치밀함까지 보였는데요. 그러나 꼬리가 잡혀 정통망법상 음란물유포죄, 그리고 저작권법 위반죄로 기소되어 형사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음란물을 유포했으니 음란물 유포죄에 해당하는 것은 명백한데, 이 재판에서는 과연 이를 저작권법 위반으로도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김비캐의 변호인은 음란물이란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것으로서 사회적 자원을 투입하여 보호할 가치가 없으므로 저작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법원의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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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법원은 음란물도 저작물로 보호된다며 김비캐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저작권법은 단지 표현된 형태를 보호할 뿐이지 이로써 표현된 아이디어나 사상의 내용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점, 특허법, 상표법, 디자인보호법에는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지적재산권은 보호 대상이 아님을 명백히 하고 있으나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을 열거하고 있는 저작권법 제7조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는 점, 음란성에 대한 평가는 사회적·역사적 맥락에 따라 변화하는데 이러한 유동적·상대적 개념을 저작권 보호 범위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점, 저작권법을 통해 창작물과 이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더라도 형법 등을 통해 음란물의 제작이나 유통을 처벌하여 사회적 해악을 제거하는 것이 가능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음란물 역시 저작권법상의 보호 대상이 된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11. 30. 선고 2011노4697 판결)."
그 밖에 법원은 위와 같은 파일공유 사이트를 운영한 업자에 대하여 저작권 침해행위를 방조했다며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3. 1. 17. 선고 2012노1577 판결).
일본 포르노(AV) 저작권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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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AV 제작사에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일본의 AV제작사 14개 회사가 한국의 한 웹디스크 업체에 음란물 유통을 금지해달라며 수차례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법원에 자사의 영상물등의 위법한 복제행위를 금지해달라며 "영상물 복제 등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인데요.
1심에서는 위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었으나, 최근 고등법원은 그 항고심에서 "'일방적인 강간행위를 그대로 담은 스너프 필름(snuff film)이나 아동을 대상으로 촬영·편집한 포르노물 등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본질적인 부분을 해하고 도저히 사회 일반에서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음란물이 아닌 한, 저작물이 된다"고 판시하며 위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7. 12. 5. 선고 2015라1508 결정).
한 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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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도 저작물로 보호되므로, 이를 유포하는 경우 음란물 유포죄는 물론 저작권법 위반죄 역시 성립합니다.
오늘도 gt님 덕에 판례하나 배우고갑니당~
이제 공부하러 가야겠네요 흑흑..
흑흑..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으시네요ㅠ 화이팅입니다!!
마음껏 만들되, 너네가 만든건 너네 품에 소중하게 간직만 하고 있어라~! 라는 건가요~? 김비캐씨 사건 재밌네요 ㅋㅋ 불법 유통으로 얼마를 벌었을까요? 생뚱맞게 궁금하네요 ㅎㅎ
상당히 흥미롭네요 음란물 관련해서 이런 사건이 있었는지도 이제 알았고요
항상 재밌는 판례 감사합니다. :)
몇년전 고의적으로 저작권을 확보한 음란물을 유포시키고 토렌트 등으로 다운로드 받은 사람들을 협박한 사례가 있었죠 ㅎㅎ
오 그런 사례가 있었군요...! ㅎㅎ
항상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재밌는 주제네요. 뜨끔하신 분들도 많을 듯.. ㅎㅎ
ㅎㅎㅎㅎ
아 그렇군요. 알아가는 게 기쁘네요.^^
^^ 감사합니다
글과 다른 질문인데요... 혹시 의료법에 대해 질문 드려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leeja19님. 제가 의료법은 전공분야가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질문 주시면 가능한 범위에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이 환자의 정보는 다 노출하지 않지만 x-ray 사진과 일부 전자기록을 자신의 SNS에 올리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전 환자정보는 병원밖으로 나가면 안된다고 배워서... 근데 또 인터넷상에 보면 이래저래 올라와있는 사진들도 많고 해서... 마냥 또 안되는건 아닌가 해서 여쭤봐요.
안녕하세요. 검토 후 답변드리겠습니다 :)
분야를 막론하고 창작물은 모두 저작권이 있군요.
ㅋㅋㅋ김비캐씨 사건 골때리네요. 어찌 보면 정성이 대단 ㅠㅠ준법정신으로 삽시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