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아마존 주식과 암호화폐의 내재가치는 무엇일까?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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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사람들을 만났다가 또 본의 아니게 암호화폐 이야기를 꺼내고 말았다. 늘 이야기는 비슷하게 흘러간다. 네덜란드 튤립과 같은 21세기형 폰지 사기 아니야? 화폐로 쓰긴 가격 변동성이 너무 크지 않아? 블록체인은 좋은 것 같은데 암호화폐는 믿을 수가 없어.

다 어느 정도 다 일리가 있는 지적들이다. 게다가 투자 철학은 개인의 믿음이기에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남의 생각을 굳이 깎아내리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늘 나를 발끈하게 만드는 질문은 바로 "암호화폐의 내재가치가 도대체 뭔데?"이다.

그리고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Amazon 주식 얘기를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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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좋아하고 금융 역사는 더욱 좋아하는 편이다. 그중 투자자로서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던 닷컴 버블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18년이 지난 지금은 버블인 것이 명백히 보이지만 90년대 당시만 해도 인터넷 붐이 정말 뜨거웠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부상을 통해 낙관론자들은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고 현존하는 시스템을 완전히 갈아치울 것"이라 자부했다.

기존의 대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은 코웃음을 쳤지만 그들을 조롱하듯 수익을 내지 않는 신생 IT 기업들은 옛 기업들은 꿈에도 못 꿀 valuation을 받으며 기업공개를 단행했고 IPO 후 주식 또한 매일마다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네트워크 효과"와 같은 신조어들이 만들어졌고, 나중에는 심지어 이름에 ". com"만 들어가면 주가가 무조건 올라가는 버블의 끝자락까지 오게 된다.

(사실 이름에 "코인"만 들어가면 묻지 마 투자가 들어오고 "기존의 질서를 부수고 새로운 지평을 열것"이라는 생각은 지금 암호화폐 시장과 소름 끼칠 정도로 흡사하다.)

하지만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버블은 결국 2000년 대 초반에 아주 fantastic 하게 터지고 만다. 나스닥 지수는 5,000이라는 고점에서 1,000까지 폭락했고 수많은 IT 기업들이 파산 신청과 함께 상장폐지가 되었다.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포부는 뒤로 한 채 빚과 실패라는 어두운 그림자만 남긴 채 파티는 끝이나 버린다.

(실제로 나스닥 지수는 5,000을 달성한 2000년 이후로 15년 동안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한다. 과연 비트코인도 같은 운명을 걸을 것인지 역사만이 판단해 줄 듯하다.)

기존 경제에 속한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다며 손 가릭 질을 하고 고개를 돌렸지만 차가운 폐허 속에서 Google과 Amazon과 같은 회사들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8년 뒤 이 회사들은 우리의 삶과 세계를 점령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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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Amazon의 경우 굉장히 흥미로운 주식이다. 기업금융 이론에 따르면 적정한 주식의 가격은 discount rate로 할인된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의 합과 같다. 조금 풀어 설명하자면 회사를 통해 앞으로 벌 수 있는 모든 돈을 현재로 할인해서 더한 값이 그 회사의 주가라는 얘기다. 실제로 예전에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분기마다 배당금을 지급했기에 이 공식이 어느 정도 성립했다.

하지만 Amazon은 월스트리트 사람들을 비웃듯 배당금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배당금은커녕 공격적으로 R&D와 마케팅에 투자를 해가며 오히려 분기마다 손실을 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엄청나게 상승해갔다.

내가 Amazon 주식을 처음 본 것은 2011년. 당시 가격이 $200 안팎이었는데 경영대 투자 동아리 내에서 굉장히 뜨겁게 토론이 오가던 주식 중 하나였다.

변호하는 사람들은 Amazon이 물류 세계를 제패하면 사업이 안정될 것이고 결국 손실이 큰 이익으로 전환될 것이기에 높은 주가가 합리적이라 주장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현금을 퍼붓는 이런 형태의 사업은 지속될 수가 없고 투자자들이 이 사기극을 깨닫는 순간 결국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 단언했다.

Amazon의 2018년 3월 12일 종가는 $1,598이다. 만약 2011년부터 주식을 매입하고 '존버'를 했다면 7년 동안 8배에 가까운 수익을 남겼을 것이다. 암호화폐에 투자하시는 분들에게는 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는 숫자지만 암호화폐에 비해 안전자산인 우량주를 통해 7년간 800%의 수익을 올리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결론적으로 봤을 때 변호하던 사람들의 의견이 맞았다. 하지만 반만. 주식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것은 제대로 예측했지만 그건 결코 Amazon의 현금흐름이 안정되고 수익을 내기 시작해서가 아니었다. 실제로 Amazon이 사업을 흑자로 전환된 것은 얼마 되지 않고 배당은 아직도 한 적이 없다.

미국의 물류와 소매 시장을 재패한 뒤에도 이 회사는 Amazon Web Service (클라우드 서버 제공), Amazon Echo (음성인식), Amazon Video (온라인 콘텐츠 사업) 등 아직도 신사업 발굴을 위해 엄청난 현금을 또다시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오너 Jeff Bezos의 이런 경영 스타일을 오히려 쌍수로 들고 환영한다.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는 IT 회사들의 주식 가격을 현금 할인법으로 유추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시장의 참여자들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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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는 아무런 내재 가치가 없잖아?"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오히려 되묻고 싶다. 과연 배당을 20년이 넘게 하지 않은, 그리고 앞으로도 할 계획이 없는 Amazon 주식의 내재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투자자들이 Amazon 주식에 투자를 하는 것은 미래에 있을 배당금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Amazon 주식이 미래에 더 오를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결국에는 마찬가지 아닐까?

"가치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유독 많이 던지는 나날들이다. 개인적으로 가치란 다음 투자자가 내 자산을 인수할 의향이 있는 가격이라 생각한다. 즉 나에겐 돌덩어리라도 상대방이 백만 원을 지불할 의향이 있고 내가 그 가격에 팔 의향이 있다면 돌덩이는 백만 원에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의 적정가치는 무엇일까? 스팀은? 안타깝게도 현재를 사는 우리들은 뭐가 정답인지 알 수가 없다. 오직 역사만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공간을 제대로 평가해 줄 테니.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기술은 발전할 것이고 사회는 변해갈 것이다. 그 흐름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우리에게 없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두 갈래의 길 앞에서 옳은 fork를 선택하는 것이다. 여러분은 어떤 길을 택하시겠는가?

나는 그저 그 갈래길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이 역사적인 변화의 순간에 일원으로 참여하고 싶을 뿐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이렇게 스팀 블록체인에 내 목소리를 한 글자씩 세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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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댓글로 스팀 블록체인에 제 목소리를 한 마디 세겨 봅니다.

저도 요새 '가치'에 대해서 자주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도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죠.

menerva 님의 글을 읽고 어릴때의 기억이 떠올랐어요. 제 어머니가 자주 틀어주셨던 티비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유수 기업의 CEO 들이 미국 대학교를 방문해서 사회자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이었어요. 그들은 자신의 인생, 커리어, 회사/일 얘기를 했죠. 전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지루해서, 그걸 볼때마다 잠들었어요 ㅎㅎ 그러다가 제가 유일하게 자지 않고 한시간동안 깨어있던 회차가 있었는데, 바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나온 편이었어요.

외모부터 어린 저의 눈을 끌기에 충분했죠 ㅎㅎ 사회자는 베조스를 강하게 압박했어요. 그 당시 아마존의 실적은 땅에 곤두박질 치고 있었거든요. 신문에서는 아마존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베조스가 나가고 전문경영인을 데려와야한다고 연일 기사를 내보내고 있었구요. 그런데 베조스는 시종일관 웃음을 띄며 농담도 하면서 자신의 소신을 당당하게 말했어요. 아마존의 가치에 대해서. 정확한 워딩 및 내용은 기억이 안나요. 당시의 저는 그 내용을 이해하지도 못했구요 ㅎㅎ 하지만 베조스가 아마존의 가치에 대해 보인 확신은 인상깊게 뇌리에 박혔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베조스의 확신에 시장이 지금에서야 반응한거라고 보입니다. 결국 가치를 정하는 건 '인간' 이기 때문에, 절대적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

비트코이도 마찬가지겠죠. 다수의 사람들이 그 미래 및 가치에 대해 어떻게 '느끼느냐' 로 판단이 되겠지요? 그 미래를 빨리 보고싶어요 ㅎㅎ

베조스는 일런 머스크와 더불어 정말 이 시대의 visionary 중에 하나죠. 베조스 좋아하시면 나중에 The Amazon Way라는 책도 읽어 보시면 좋겠네요.

블록체인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저 또한 미래가 기대되기 시작했습니다. 가치가 변화하는 신세계를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 정말 감사하네요 ^^

와우!! 힘내세요!!

짱짱맨 화잇팅입니다.

스팀은 글과 커뮤니티로 이루어진 실물이 있기 때문에 valuation이 더 쉬울 수도 있겠죠.
(@wansoon16님의 Metcalfe를 이용한 가치추정 방법도 재밌는 것 같습니다)

버블은 항상 우리와 함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형태로 존재할지라도요.

나중에 꺼지면 버블이었던 것이고, 강건하면 버블이 아니었던 건지도 모르죠.
아마존과 테슬라는 어떤 형태가 될지 궁금합니다.

Metcalfe라는 건 처음 들어보네요. 한번 읽어보러 가겠습니다. 태슬라도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주식인데 나중에 한번 다뤄봐야 겠습니다 ㅎㅎ

정독 했습니다 ㅎㅎ 다른글도 읽어보러 가야겠어여 감사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맷님 글 읽으러 가야겠네요.

덕분에 저도 코인의 내재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마치 몇 년전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유행했다면 이제는 '가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나올 때가 된 것 같네요 ㅎㅎ

저도 아마존 주식 투자자와 코인 투자자가 흡사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역시 저도 주변 금융계 사람들과 아마존 주식에 대해 뜨겁게 토론한 적이 있지요. 말씀하신 대로 어쩌면 아마존은 자본주의 생태계에서 투자자들에게 이윤이라는 개념을 포기시킨 기업이기도 합니다. 저희들 토론의 결론은 아마존은 (투자자들에게)혁신에 대한 환상을 판매하는 기업이지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팔아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고민했던 지점을 이렇게 잘 풀어낸 글을 보니 반갑습니다.

글을 쓰며 찾아보니 '아마존 주식은 배당은 올해 할까요?'라는 글이 구글에 뜨더라고요 ㅎㅎ 혁신을 판다는 말에 동감합니다. 오히려 주기적으로 배당을 하는 순간 아마존에 대한 신뢰가 조금 떨어질 것 같네요.

로마속담에 시간은 가장 훌륭한 재판관이라더니.
재판관님에게 뇌물(?) 이라도... =ㅛ=);;;
암호화폐 이야기에 늘 "간장게장 홈쇼핑으로 시켜먹을줄 알았어? 어?" 하면서 윽박지르던 저와는 다른 설명 멋있어요!
저도 써먹을테야요! 아마존!! 필기..

좋은 격언입니다 ㅎㅎ 여담으로 1999년 저희 아버지가 아마존이 대한 기사을 야후에서 뽑아주신 다음 '미래에는 사람들이 쇼핑을 가지 않고 집에서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하는 날이 올거야'라고 말씀하셨죠. 그때 망상이라며 비웃었는데 그런 날이 정말로 와버렸네요.

인연이 안 닿는 사람은 아무리 알려줘도 안 되지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화가 나는것도 어쩌면 "내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라는 두려움에서 출발한 것 같네요. 믿음이 있다면 같이 가고 없다면 신경을 꺼야죠~

애플도 오랫동안 무배당 정책을 펼쳤고, 구글도 배당을 하지 않죠. 게다가 가치주 투자가, 워런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도 무배당이죠 ㅎㅎ 기업의 가치는 현재의 배당에서만 오는 건 아닙니다. 무배당
기업의 가치처럼, 비트코인의 가치를 평가해본다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2000년 it 버블 이후에 그래서 기업의 성장성을 바탕으로 valuation 하는 기법들이 많이 발달했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다 꿈보단 해몽이라고 생각됩니다. 예전 공식으로 설명이 되지 않으니 새로운 이론을 도입시킨거죠. 결국에 가치란 상대적인 것이니까요.

지금 비트코인의 가치를 분석하려면 다른 emerging market 화폐나 금의 가치와 유사한 방법밖에 없을 것입니다. 결국 다 끼워 맞추기죠.

정말 흥미로운 글입니다. 암호화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이네요!

저도 나름 balanced 된 view를 가지려 노력하는데 intrinsic value는 도무지 공감할 수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