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기억상실증’ 환자로 기억을 10분 이상 지속시
키지 못하는 남자, 레너드. 주위 사람들은 그런 레
너드를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고 하죠. 아무
도 믿지 못하는 레너드는 진실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기록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억은 왜
곡되어 재구성될 뿐입니다.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 레너드에게 일어난 영화
같은 일은 실제 인물을 모티프로 한 이야기라고 합
니다. 바로 30초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 헨리
몰래슨. 일명 '환자 H.M.'으로 불리는 그는 세간에
서는 수십년간 그 존재가 은폐되었으나 뇌과학계
에서는 가장 유명한 환자였던 아이러니한 인물이었습니다.
27살, 뇌수술인 양측 측두엽 절제술을 받기 전까지
만 해도 그의 삶은 평범했습니다.간질병을 앓는 것
만 빼면 말이죠. 간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윌리엄 스
코빌이라는 저명한 의사에게 수술을 받는 동안 해
마를 제거한 것이 원인이 되어 30초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로 평생을 사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
습니다. 당시에 뇌는 미지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의
사들조차 '해마'가 기억을 관장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해마'를 제거한 후 벌어진 헨리의 상태는 의사들의
탐구심과 호기심을 극도로 자극했습니다. '살아있
는 뇌'는 연구 대상이 될 수 없는 특수한 부위였고
미지의 세계였으니까요. 게다가 실험에 대한 내용
을 전달해도 30초 후면 무용지물이 되는 헨리의 정
신능력은 그를 무분별한 실험대상으로 삼는
피치못할 이유가 되어주었습니다.
많은 의사들이 헨리의 뇌에 탐욕스럽게 집착하며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그의 뇌를 독점한 수잔 코킨이란 의사는 헨리의 머
나먼 친척에게 받은 동의서 하나로 헨리의 의지와
는 상관없이 그가 82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수
백 번의 실험 대상으로 삼았죠.
수잔코킨은 헨리가 사망한 후에야 그를 놓아주었
습니다. 사망 후, 의료진들은 헨리의 '신선한 뇌'를
보존하기 위해 신속하게 메스로 분리한 후 아이스
박스에 넣어 운반했고 2401개의 뇌 조각으로 분해
하여 또 다른 실험을 진행했죠.
살아서는 수백번의 실험 대상으로 살아야 했고 죽
어서는 2401개의 뇌 조각으로 분해되었던 헨리.
가장 유명하면서도 가장 비밀스러웠던 '환자
H.M.'은 그 존재를 은폐하려 애썼던 의사들의 의도
대로 평생을 이니셜로만 불리면 살다가 죽어서야
'헨리 몰래슨'이라는 본명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환자 H.M.>은 헨리 몰래슨의 뇌절제 수술을 진행
했던 의사의 손자가 집필한 책입니다. 자신의 외할
아버지가 집도한 수술. 그로 인해 탄생한 한 남자의
비극. 헨리 몰래슨을 향한 비인간적인 의학계의 태
도. 그 모든 과정을 무심하게 바라볼 수 없었던 작
가는 10년 간 자료를 모으며 준비, 6년에 거쳐 <환
자 H.M.>을 집필했습니다.
출간 후 <키커스리뷰>로부터 "올리버 색스와 스티
븐 킹을 합쳐 놓은 느낌이다!"라는 평을 받으며 <뉴
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등극. <LA타임스>와 <이
코노미스트>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이 책은 의
료윤리의 문제를 겪는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의술은 여전히 완벽하지 못하
고 그 후유증의 몫은 본인이 짊어져야 하는 세상에
서 '제2의 환자 H.M.'은 누가 될지 모르는 일이니 말
입니다.
메멘토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였다니... ㅎㄷㄷ
예. 그것은
고맙습니다
Nice post pret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