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러진 만년필 / 안해원

in #kr8 years ago (edited)



부러진 만년필 / 안해원

이십여 년을 함께해 온 너의 허리에
다시 붕대를 감는다.
이미 골절된 지 수년이 지나도록
붙지 않는 뼛조각을 동여맨 채
눈물처럼 써왔던 젊고 푸른 세월은
찌꺼기로 붙어 까맣게 무뎌져 있다

비밀스레 나누었던 대화들이
속삭이듯 고여 다시 혈관에 흐를 때면
알 수 없는 레일이 놓여 있는 노트 위를
목발도 없이 삐걱거리며 걷곤 한다
이렇게 거닐다 보면
풀빛으로 그려진 꿈을 함께 만날 수 있을까

부족한 잉크를
수혈하듯 채워 가슴에 꽂자
붕대 사이로 누수 되듯 흘러 번져가는 눈물
벌써, 가슴에 푸른 정원을 만들었다

Sort: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