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zy Farmer] 나는 미친 농부다

in #kr6 years ago (edited)


From 지옥밴드!! 첫 디지털 싱글 앨범 발표 쇼케이스!!


Prologue


Kr-crazy tag에 지속적인 연재를 위해서 제일먼저 오이(@ioioioioi)를 희생 제물로 바쳐야겠다. 왜냐하면,

  • 내가 좋아라하는 252니까,
  • kr-crazy를 252가 만들었다니 으리를 위해서,
  • 내안의 악마 근성을 일깨우기 위한 것도 있고...



내 소개를 할 것 같으면 미친 농부,
앞으로 무술戊戌년 가을 농사를 알리는 미친 서막으로 이렇게 시작하련다. 지옥의 종자를 불러 모으고 있는 (@mipha)가 잠자는 나의 악마 근성을 불러왔다.


Motley Crue - Shout At The Devil


이제부터 미친 농사의 끝판을 지대로 보여주겠어!





무술戊戌년 토종 종자 봄 농사 정리


오이, 호박류는 깡패와 같다. 넓적한 잎을 쫙 펼치고 땅을 지배한다. 뭔가 붙잡을만한 것이 있으면 꽉 붙잡고 타고오르기도 한다. 어찌보면 색마色魔같다고나 할까? 남의 영역 침범하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호박의 경우는 특히 똥/음식물 쓰레기가 완전히 삭히지 않은 것도 그대로 함께 넣고 심어주어도 잘 자란다. 다시 말하면 농부의 손을 타지 않고 막키워도 걱정없는 강한 종자들이다. 그리고 호박이든 오이든 익어가면서 몸집이 커지고 괴물 같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 종자들에게 그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심어줄 수 있다.

올해 조선오이와 토종호박(맷돌호박과 전남 곡성의 단호박)을 심었는데 호박의 경우는 밭주인이 잡초와 함께 모두 밀어버려서 호박을 얻을 수가 없었다. 땅없는 농부의 슬픔이다. 이들을 내밭돈주고 임대받은 밭에 심지 않고 경사진 짜투리땅에 심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나 조선오이는 내 밭에 심었으므로 살아남았다. 살인적인 더위에도 끄떡없었다. 거기다가 토실토실하고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 오이향이 가득하다. 시원한 오이맛이란 이런 것이다. 그래서 소주와함께 오이를 썰어서 넣어 마시는 오이소주의 이유를 알것도 같다. 물론 그 다음날 개죽음...

물론 과다흡입이 문제이지 적당히 마시면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젊은때는 그게 안되었다. 깔때기였다. 특히 나는 어쩌다가 얻어걸린 시야시가 만땅꾸된 소주를 개조아했다. 그러한 소주는 점성이 있다. 그래서 따를 때 엿가락 늘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따를 때 나는 소리도 기가 막히다. 내몸까지 시야시되는 느낌이랄까? 원래 풍류를 아는 사람은 이러한 시각적 감촉과 청각을 절대로 허트루 보내지 않는다. 이것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소주의 맛을 아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런 소주를 만나는 날이면 마구 마셨다. 흔치 않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술집 냉장고에 간혹 그런게 만들어지는 인연이 있어야한다. 그래서 그다음날 많이 죽었다.(몇 병 안되는 소주를 다 마셔야 했기 때문이다) 마시다 죽어도 좋을만큼 입과 혀, 그리고 목구멍에 찰싹 달라붙는다. 여기에 오이까지 넣으면 그 다음날 죽음과 부활의 처절한 고통을 감수해야한다. 술의 해독기능이 선천적으로 약한 미친종자이기때문에 미친짓을 감수해야만 하는 슬프고도 미친 젊음 종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래서 술 안마신다.

이번에는 새로 임대받은 밭이고(작년까지 소작하던 밭은 10여년 생태 농업으로 경작되어졌던 땅이라 토양이 아주 고급지고 좋았다. 그러나 그 주인이 동물농장을 한다는 핑계로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와 계약을 파기하였다) 이전 소작인이 관행농농약과 비료를 적절히 이용하여 소출을 올리는 기존 농업을 해왔던 땅이라 척박하고 양쪽에 나무가 있어 그늘이 져있다. 그런데도 조선오이만큼은 참 잘 자라주었다. 퇴비도 별로 많이 넣어주지 않았다. 토종 옥수수도 심었는데 얘네들은 무슨 일이었는지 알곡이 맺히지 못했다. 한마디로 고자 옥수수가 되어버렸다. 내년에 다시 시도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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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왼쪽) 무리에 서서히 침범해 들어가는 조선오이 깡패들(7월 중순)

금패황양각초와 평농이라는 고추는 그런대로 수확을 했다. 금패황양은 노란고추가 열린다고해서 금패황양이라는 이름이 붙었나보다. 종자 씨받이로 금패황양은 딸랑 두 개, 평농은 꽤 많이 수확했다. 그러나 이들은 중간중간 많이 따먹었다. 매운고추를 싫어하는데 이들은 안맵다고 해서 심었다. 그런데 제법 맵더라. 그러나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특히 고추향이 좋았다.

쇠뿔가지는 수확률 거의 제로%, 발아자체가 안되었다. 그 많던 파종에서 딱 3마리만 발아하고 그나마 이들도 고자들이다. 열매가 안 열렸다. 쇠뿔가지들을 심었던 터에다가 토종 구억배추 모종을 심어두었다. 여기에 쇠뿔가지 3마리가 외롭게 그들의 그늘이 되어주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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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안되게 발아하여 자라준 고자 쇠뿔가지 밑에 잠깐 금패황양각초를 놓아두었음(8월초순)

감자도 심은 양에 비해서 수확은 너무나 적었다. 그리고 크기도 아담하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맛있게 먹었다. 원래 수확량이 아쉬우면 그만큼 소중하니까 맛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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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아욱은 게으른 탓에 방치하여 그냥 지들끼리 자라다 지들끼리 죽어버렸다. 내가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자랐는지 살펴보지도 않았다. ㅋㅋㅋ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갔다가 배고플 때 먹으라고 넣어주었다던 선비콩, 그런데 선비콩이 졸라 맛있어서 시험보는 것을 잊어버렸다는 그 선비콩, 졸라 안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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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종자의 해부와 씨받이


올해 봄 농사에서 토종종자 씨받이는 고추와 오이이다. 금패황양각초와 평농, 조선오이 요렇게 세 마리의 배를 갈라서 씨앗을 강제로 회수하려한다. 고추들의 배를 갈랐다. 보이는가? 그들의 고추정자들이 요로코롬 많다. 이것들이 내년에 뿌려지면 진짜 고추가 땅과 성교하여 새생명 고추들이 무럭 무럭 자라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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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패황양각초의 정자들

이 포스팅의 하이라이트는 조선오이의 해부기解剖記, 올초에 나는 조선오이 정자를 받아다가 내 땅의 여신에게 정성껏 심어주었다. 그랬더니 요로코롬 발아하여 자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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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증맞은 아기 조선오이(5월중순)

자칭 어른아이라고 하는 252525252(@ioioioioi) 보시욥! 그대의 동료(@mipha)가 일으켜 세운 지옥에서 부활한 이 미친 농부가 그대의 동료를 무참하게 도륙하는 이 기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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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쭈굴탱이 오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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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위에 올라간 쭈굴탱이 오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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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른 오이에서 오이정자들이 요로코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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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정자들을 발라낸후 처참하게 널부러진 오이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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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정자들만 걸러냄, 겔 덩어리에 보호된 정자씨들이 너무나 많다. 씻어내느라고 졸라 고생함

내년에도 이 오이정자들을 다시 땅 여인에게 sex시킨 후 임신한 땅에서 피어오른 오이새끼들을 애오이부터 늙은 오이까지 다 먹어버리겠어. 내년 기해己亥년 농사(땅과의 SEX)를 기약期約하며 미친 농부 피터가 기하노라.


살오이殺52의 추억


오이배를 가르는데 향이 끝내준다. 그래서 사람들이 오이향을 개좋아함을 이해하겠다. 오이씨앗을 둘러싼 젤리(gel)가 끈적한 것이 알로에 같아서 제거한다는게 성가시다. 그래서 암컷들이 얼굴에 오이를 송송쓸어서 뽀송뽀송하고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피부보습을 위해서 덕지덕지 바르는 것을 이해할 것도 같다.

오이해부의 신성한 예식이 끝나고 두어시간이 흐른 지금도 오이의 향이 내 손 끝에 배어있다.

이 향기 개조아라!



나는 살52후에도 손끝에 남은 향기를 개즐기고 있다.

악마는 오이가 남기고 간 향을 즐긴다.
드라큘라가 피를 그리워 하듯이,

Sort:  

노란 고추는 다 익은건가요? 귀엽게 생겼어요.
감자도 색갈이 맛있을것 같아요.
옥수수 는 풀이 많아서 연하게 자랐나봐요.
더운 여름에 농작물 키우시느라고 수고하셨어요^^

노란고추가 그래서 금패황양이라고 이름진 것 같습니다. 저야 뭐, 방치형 농사꾼이라서 별로 한거 없지요. 단지, 처음에 밭갈고 중간 중간 어쩌다 마음 내키면 잡초제거 하러 갔지요. 봄농사는 잡초와의 싸움때문에 웬만하면 별로 안 좋아해요. 가을 농사는 그런거 신경 안써도 잘 자라주니까 가장 좋습니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셔서 밭에 풀 뽑아 주는것이
가장 힘들었던것 같아요. 다 뽑고돌아서면 또 나와있고 그랬어요. 그런데 가을에는 풀이 별로 없다 는
것을 피터님 에게 처음 알았어요.생각해보면 가을에
밭에 풀을 뽑은적은 없는것 같아요.
가을 농사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글 쓰시느라도 zolla 고생하셨어요~^^

글쓰느라고 고생은 안했지요. 오이 씻느라고 고생했지요. ㅋㅋ

다시 농사짓고 싶어지네요.

제주도 당근이 잘 되는 것으로 유명하던데... 저는 당근 좋아하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헉... kr-crazy 태그도 있군요.
저도 내공 좀 쌓고 도전해봐야겠어요

미친짓에는 내공이 필요없습니다. 그냥 본능에 충실하면 됩니다.

오 마이 갓!!!

형.. 도륙을 얼마나 많이 했으면 도마에 자국이 어마어마하구나~!!!
오이형.. 역시 19스러움이 저 무수한 그것들(?) 때문이었구나.ㅋㅋㅋㅋ
피터형의 C스러운 포스팅 잘~~알 봤습니다.

그리고, 이건 띨띨이(@dildil) 형아가 전해달래요.

스골해골스골해골스골해골스골해골

아 메인보고 깜놀 ㅋㅋㅋㅋ

오이정자라니 ㅋㅋㅋ 형의 표현력에 경의를 ㅋㅋ

미파가 정말 오이 극혐하는데 특히 오이냄새 ㅋㅋ

형 눈은 이제 괜찮음?

눈은 괜춤
252가 바쁜가보다

땅과의 SEX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시따상 입안은 어떠소?

다 나았습니다 ㅎㅎ 요즘엔 다행히 예전만큼 아프지 않고 오래 아프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이 형 천재인듯

美波보다는 아닌듯

그나마 내년 파종하는 정자들은 확보 했네요.
날이 너무 더워서 농사가 영 시원치 않았나 봅니다.

오이 소주가 술 잘 안 취한다고 많이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ㅋㅋㅋ 오이 농사 대박 치시길!!!
오이씨를 둘러싼 젤이 피부에 좋은가 보죠?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토종 오이는
노각도 맛이 일품이지요^^

나는 살52후에도 손끝에 남은 향기를 개즐기고 있다.

ㅋㅋㅋ 형님.. 개웃기심..ㅋㅋ

아마도 작물들이 열매를 많이 못 맺은 것은 가뭄의 영향이 크지 싶습니다.
태그 때문인지 아무튼 crazy한 내용들로 가득한 포스팅이네요.ㅋ
그래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왠지 도마 위에서 해부 당하는 오이를 보니 252님이 어찌 되시는 것 같아 쫄깃했습니다.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방치하며 농사짓는 즐거운 도시농부의 이야기네요^^

한번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네요

저도 텃밭 허브 농사 작게 하는데 바질씨앗 잔뜩 걸러냈어요.
혹시 허브는 안필요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