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뭉치

in #kr4 years ago

지난 해엔 유독, 분명 난 말렸는데 기어코 덜떨어지는 사람들과 가서 어울리다가 결국 통수 맞고 돌아와 날 앞에 두고 자기가 겪은 일에 대해 욕을 계속하는 지인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친밀도를 떠나, 그런 그들을 마주한 때들은 그래서 내 입장에선 비논리적이고 불쾌한 시간들이었다. 애초에 충고를 새겨 듣든가, 그럼에도 독단했으면 그 결과는 조용히 혼자 책임지든가, 하나만 하면 좋겠는데 그게 어려울 수가 있나 보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감정 쓰레받이였던가. 세상에, 내가. 독거청년 생활 좀 하다 보니 이런 걸 받아줄 만큼 나도 변한 건가, 내가 더 주의하자, 머리통 한대 팍 치고 깊이 반성했다.

사실 그들에게는 처음부터 누군가의 조언이 정말로 필요한 게 아닌 경우가 많았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호모 이코노미쿠스라 굳게 믿으며 발휘하는 몸짓 말짓의 향연들을 잠자코 감상하고 있노라면 그건 내게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비현실감과 오싹한 기분을 선사했다. '이게 정말 현실이라고? 말도 안돼!' (뭉크님...). 다행히 그 다른 한켠의 세상에는 소크라테스적 인간들이 살고 있었으니, 나는 그들 틈에서 안도하고 가쁜 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약발이 언제까지 들지 며느리도 모른다. 그러니 절대 이성의 신이 내린 합리적 인간들이여, 내 주변인으로 계속 남고 싶다면 제발 새해부턴 어디 가서 빅엿 먹고 와서 내게 나눠 주지 말길 간절히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