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영화 리뷰) 전라도 사투리는 언제 들어도 정감이 간다 - 변산

in TripleA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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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자전거를 타고 전국 일주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제주도를 돌고 육지로 건너가 가장 먼저 돌았던 곳이 전라도였다.
전라도는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기에도 지형이 평탄해서 안성맞춤이었다.
거기다 섬진강을 따라 펼쳐진 풍광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달리던 자전거를 수도 없이 멈춰섰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여행자에게 뭐니뭐니 해도 좋았던 것은 그곳의 음식문화였다.
작은 백반집에 들려도 그 상차림 하나가 푸짐하고 맛깔나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겼다.
그리고 언제 들어도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가 좋았다.

이번에 본 '변산'이라는 영화는 의외로 젊은 배우들이 나오지만 꽤나 진한 전라도 사투리를 잘 구사해서 보는 재미가 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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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수(박정민 역)의 아버지는 건달로 언제나 집안을 돌보지 않고 외지로 떠돌아 다니기만 했다.
오랜 병을 앓다가 돌아가지게 된 어머니 장례식에도 아버지는 지명수배 중이어서 오지 않았다.
학수는 혼자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래퍼의 꿈을 꾸고 있었다.
현재 자그마치 6년째 쑈미더 머니에 출전했지만, 아직 성공은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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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부터 학수를 짝사랑하던 선미(김고은 역)는 현재 변산에 살고 있다.
공무원이 되어 고향을 지키고 있는데,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질 때 허리를 다쳐서 병원에 누워 계시고 있어서 휴직하고 수발을 들고 있다.
시를 잘 쓰던 학수를 짝사랑했던 영향인지 선미도 글쓰기를 좋아했고, 현재 소설을 한편 내서 젊은 작가상도 받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었다.
선미는 자신이 글을 쓰게 했던 정신적 스승이 학수였다고 생각할 정도로 학수에게 많은 영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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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째 소식이 없던 아버지가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전화를 받은 학수는 고향 변산으로 간다.
거기서 같은 병원에 있는 선미를 만나게 된다.

성공하지 않고는 돌아가지 않으려던 고향을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 아버지의 병으로 내려오게 된 학수는 매사가 불만이다.
최근 변산에 출몰하는 보이스 피싱 용의자와 닮았다는 이유로 발이 묶여 변산에 머물게 된 학수는 거기서 엉킨 실타래 같은 가족관계와 고향친구의 관계로 이런 저런 일을 겪게 된다.

내 고향은 폐항이다.
내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게 노을밖에 없다...

라는 학수가 쓴 글귀가 영화에 잘 스며든 꽤 괜찮은 영화이다.
특히 박정민과 김고은의 전라도 사투리는 현지인이 아닌 내게는 완벽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제대로였다.
사투리만으로도 인간미 넘치는 스토리 전개였는데, 내용도 크게 오바하지 않고 잔잔히 젊은 사람들의 성장통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나도 저런 사투리가 장착된 사람이고 싶다...ㅋ
요즘 어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사실 사투리 쓰는 사람을 엄청 부러워해서 사투리도 배우고 싶을 지경이다.
특히 전라도 사투리나 제주도 사투리가 배우고 싶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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