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려주세요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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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려주세요.

나는 이 말을 들을 때 마다 참 난감해진다. 그렇다고 쉽게 수긍하기에는 사실 그림은 생각보다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고 또 그냥 인사치레같은 걸로 생각하기에는 내게 약속의 무게는 무겁다. 지키지 못했을 때의 실망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절하기에는 괜스레 미안해지는 요청이기도 하다. 상대방이 넌 쓱싹쓱싹 잘 그리던데 그거 뭐 어렵다고 거절해? 라고 생각할 수도 혹은 다른 사람은 그려주면서 왜 난 안그려줘라며 섭섭해 하기도 했던 전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은 에둘러 다른 말을 하기도 한다.

오늘 스팀잇을 보다가 대문 그림을 요청해도 되냐는 댓글에 그림 그리시는 어떤 분이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서 페이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하자 알려줘서 감사하다는 댓글을 단 것을 보았다. 내역을 보니 결국 신청하지는 않은 듯하다. 이쁘지만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까운 무형의 가치물이기 때문일까. 상냥한 말로 받고 싶은 공짜 그림이지만 돈을 줄만큼의 값어치를 하지 않는걸까. 본인이 아니기에 섣부르게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이건 나도 생각해본 내용이기도 하다. 컨텐츠의 가치에 왜 우리는 그렇게 아까워 할까.

사실 컨텐츠에 많은 사람들은 소비하는 것을 아까워 한다. 게임, 드라마, 만화 등등.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공짜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데 바보같이 돈을 내고 한다고 비아냥 거리기도한다. 그런데 보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아까워 하지 않는다. 값비싼 프로젝터와 영화관의 푹신한 의자를 제공해 주기 때문일까. 이런 것들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하드웨어적이다. 결국 우리는 유형의 가치에 돈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시 여기는데 비해 무형의 가치에 지불하는 것엔 익숙치 않은 모양이다.

심지어 무료로 사용했던 적이 있어서 더 아까운 기분도 드는 것 같다. 예전에는 충분히 무료였고 서비스였는데 갑자기 유료로 전환되니 더 아깝게 느껴진다. 공짜였던 물을 사먹는 느낌과 비슷하려나. 더군다나 서비스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 할 수도 있겠다 싶다. 식당에서도 서비스로 반찬을 주는 것이 우리네 문화이니 말이다. 그래서 불법다운 수가 우리나라가 제법 높은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한동안 우리나라에만 출시를 하지 않겠다는 게임들도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이용하고 있는 스팀잇은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코인에서 시작했다. 블록체인이 어마무시한 기술이라고 투자한다는 사람들도 많다. 스팀이 지금 이 정도 가치를 지니는 것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 가치가 유지되기 때문에 우리는 스팀잇으로 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에서 실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붙인 이름인 가상화폐와 코인은 같은 말이다.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무형의 가치를 사는 것을 아까워 하면서 무형의 가치가 있기를 바라는 것이.

그래도 내가 희망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나는 우리가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에 대해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과거에 우리가 공짜로 누렸던 것들에 대해 요새는 응당 값을 지불하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많다. 게임 플랫폼인 steam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게임을 돈 주고 사는 것에 대해 더 익숙하게 했고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드라마와 영화를 보기 위해 넥플렉스도 결제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점점 우리는 무형의 가치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림 또한 얻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치를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실 그림이 하나 나오기 위해서는 쉬워보이지만 사실 그 사람의 시간과 노력의 결과가 필요하다. 그 하나의 작품에 들인 시간 뿐만 아니라 그 작품이 그렇게 나올 수 있게 그 사람이 수없이 들였던 시간과 노력까지 포함해서 필요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피카소의 일례가 있다. 길거리에서 피카소에게 그림을 초상화를 그려달라며 돈은 얼마든지 준다는 여성이 있었다. 그림을 그린지 5분 정도가 지난 뒤 피카소가 여자의 초상화에 비싼 금액을 제시했다고 한다. 여자는 왜 그렇게 비싸냐며 반문했다.

그리는데는 5분이 걸렸지만, 이렇게 그리게 되는데 20년이 걸렸습니다.

어서 빨리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시간의 가치를 쉽게 보지 않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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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아직 노동력에 대해 인색한 면이 있죠. 어떤사람이 안샀다고해서 뽀또님 그림이 가치가 없는것은 아닙니다. 제 그림조차도 찡자가 1스달주고 사줬는데요 뭨ㅋㅋ 뽀또님 그림은 훨 예쁘고 멋지고 우아합니다

사실 제 그림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었어요. 저조차도 컨텐츠에 아까워하는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어서 왜 그럴까 되짚어 보면서 시작된 글이었거든요. 어르신들 보면 얘전 시대상에서 아직 살아가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저도 사회가 점점 무형의 가치를 존중해가는데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심지어 무형의 가치를 빚어내겠다고 노력하면서 스스로 아이러니 하더라구요. 그래서 글을 쓰게 됐는데 무거운 주제라 사실 올리고 눈 질끈 감았었는데 생각보다 와보니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마음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시타님 제 그림을 멋지게 표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찡자ㅋㅋㅋ입에촥붙네요

찡자는 9차원이야~♬

(반성) 뽀또언니의 시간의 가치가 인정 받기를..!!! 응원해 :D 그리구 미안,, 나도 저랬던 기억이..!

아니야! 나조차도 그랬던 기억이 많은걸. 나도 어떤 스티미언분이 겪은 일을 보고나서 나 스스로도 혼란스러웠어. 무형의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나 또한 인색하지 않았나 시간의 가치를 쉽게 보지 않았나 싶었거든. 응원해줘서 고마워:)

그림 그려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압도적 감사!

그림 좋아해주셔서 저도 너무 감사해요:)

공감되는 글이네요:) 무형의 것을 좀 더 가치있게 두는 개념이 좀 더 확대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죠? 저도 이번에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맨 마지막 문구가 기억에 남네요.

그리는데 5분 걸리지만 그리기까지는 20년이 걸렸다

사실 저 말에 해당되는 건 그림만이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뒷통수가 좀 얼얼했답니다.

그림뿐만 아니라 의학도 그래요 ㅠ.ㅠ
병원비가 왜 이렇게 비싸냐? 원가가 얼만데!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아요 흑흑
무형의 가치도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맞아요! 제가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더 무게를 두었지망 사실은 모든 전문가의 영역은 다 그런 것 같아요. 의학 뿐만 아니라 컴퓨터 수리라던가, 전기 시설이라던가 적용되는 분야들이 많은데.. 참 안타깝다고 생각해서 적은 글이었어요.
무형의 가치 화이팅!

사람들의 인식의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지요. ㅠㅠ

기술과 시대는 빠르게 변하지만 사람들 인식은 빨리 변하기 힘든 것 같아요. 저는 그러다가 언젠가 확 변하기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답니다. 마치 이제는 밖에서 물을 사서 먹는다는게 당연시 되는 것처럼요.

네, 기술과 시대의 발전으로 인해 단순 반복작업들은 로봇과 AI가 대신하게 되고 사실 창의력, 창조적인 것들이 가치를 받는 사회가 점점되어가고 있으니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근데.. AI의 속도가 너무 빨리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예술작업들도 어느 정도 가능하니... 예술가가 인정받는 과정은 사라지고 바로 AI가 대접받는 시대로 바로 넘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 ㅠㅠ

제가 뽀또시님께 답변의 그림을 그려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러믄여! 그런 영광을 거절할리가요:)

ㅎㅎㅎ 글 잘읽고 갑니다.. 정말로 다른사람들이 시간의 가치를 쉽게 안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업봇 팔로 하고갑니다

감사합니다:) 무거운 주제라 사실 올릴까 말까 했는데 공감을 해주시는데다 팔로워까지 얻다니..! 올리길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중이예요:)
반갑습니다! 앞으로 자주 소통해요:D

정말 잘 올리셨어요
너무 공감하면서 읽었답니다~^^

사실 컨텐츠에 많은 사람들은 소비하는 것을 아까워 한다.

확실히 이런 경향이 없지 않은것같아 아쉽습니다.
스티밋을 통해 그 가치를 다 인정받았으면 좋겠네요

스팀잇을 통해 그런 인식이 정착이 잘 된다면 정말 정말 좋겠어요:)

공감의 의미로 풀보팅하고 갑니다 : )
색연필로 그리는 건가요
색감이 너무 예뻐요
꼭 정당한 댓가를 받게 되시길 바랍니다

제가 그리는 그림은 손그림이라 언급했던 토끼가 풍경그림을 그리는 그림을 제외하고는 다 100프로 컴퓨터에서 그렸답니다. 연필같은 브러쉬툴이 좋아서 선택했는데, 꼭 실제로 그린 것 같나보네요!

그리는덴 5분이지만 그리게 되기까지는 20년... 공감합니다.
뽀또시님께 누를 끼치지 않도록.. 다음에 사진조공이라도 흡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누가 아니라 저도 컨텐츠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올린 거였답니다.

저도 많이 당했습니다. 아마 디자인하시거나 프리랜서하시는 분들은 한번씩 당했을 법한 일이죠.ㅎㅎ 그냥 대충하나만 공짜로 만들어줘...ㅎㅎ 재밌는건 그렇게 만들어주면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듣기가 참 힘듭니다. 바로 인맥정리로!!!

맞아요.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요. 사실 수고롭고 번거로울 수 있는 거란 걸 경험하지 않으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고맙다는 말이 그렇게 아까운건지..

마지막문구가 확 와닿네요

그리는데는 5분이 걸렸지만, 이렇게 그리게 되는데 20년이 걸렸습니다.

시간의 가치는 평소에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포토시님 글 읽으면서 생각해보지 못한 무형의 가치도 생각하게 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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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당연한건데.. 오히려 돈으로 가치를 측정할 수 도 없는게 창작물입니다
그래서 포토시형한테 함부러 그림 그려달라고 안했죠..ㅎㅎ
사실 부탁드릴려고 몇번 고민도 해봤지만 부담드리고 싶지도 않고
스팀잇에서는 스스로 뭐든지 최대한 스스로 해결해보고싶어서
발퀄리티여도 최대한 제가 해결해보려고 했습니다
선물해주신 그림은 너무 감사드립니다 ㅠㅠ(슈퍼대만족!!!)
팬으로써 항상 응원합니다 :D

무형의 가치에대해 진심으로 깊이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는것 같습니다 시간과 노력에 따른 마땅한 보상을 받으셨으면 좋겠네요
스트레스 없이 기분좋은 하루 보내세요~^^

저는 클라이언트들에게 같은 생각이 들어요. 이쪽은 반대로 돈 줬으니까 다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하는 입장인거든요. 그리고 끝날 때까지 잔금을 미루죠. 일에 대한 회의감 마져 들긴 합니다.

^^ 지난 번에 그림 그려주시는 글에 댓글 달았었습니다.
무형의 가치에 대한 존중에 대한 생각 깊이 공감합니다. 벅스뮤직이 나왔을 때 부터 엠피쓰리 플레이어가 나왔을 때 우리 대중음악의 판도가 왓전히 뒤바꼈으니까요~

그때 저는 @sitha님 포스팅 보구 들어가서 그려달란 부탁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초면이었지만, 그림이 너무 욕심났거든요
전에 @raah님께서는 초상화신청할 때 20스달 송금하면 해주신다고 하는 걸 보고,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시간 날때 유튜브강의 보면서 데생을 해봐서 그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압니다.^^

글이 길었지요?
그때 댓글 달고 쭉 기다려왔는데, 오늘 이 글이 우리 간지나는 @ganzi님으로 부터 리스팀이 된 걸 보면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응원합니다. 마음가는 길은 곧은 길이라고 늘 말씀하시는 @trueonot님의 말씀 드리며 물러갑니다. 상처받지 마시고, 마음 내키는대로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시간이 나는대로 순서대로 차츰 그려드리고 있어요:) 조금 기다려주세요!
이벤트 받으시는 분들에게 불편한 마음을 갖게 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어떤 스티미언 분의 포스팅을 보고 컨텐츠에 대해 생각해 본 글을 썼었는데 오해의 여지를 남겼네요. 사실 그게 신경쓰여서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말이예요. 저는 상처입지 않았으니 괜찮답니다.

신경써서 댓글 달아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행이네요. 답글 읽고 저도 마음이 편해졌어요. 감사합니다.👍👍

오해하는 분들을 위해서 포스팅을 해야겠어여. 이벤트와는 무관한 것을! ㅇ<-<

^^ 저만 오해했을지도...ㅎㅎ

피카소는 정말 살아생전에 가치를 인정받은 몇 안돼는 운좋은 작가 중 한명인거 같아요... 어려운 문제지만 쉽게 뭘 얻게되면 또 쉽게 버리는 사람이 많아서 전 아예 안주거나 아주 비싸게 부릅니다. 주고싶은 사람들에겐 그냥 주기도 하지만요.

점점 소비하고 컨텐츠를 보거나 사는데
익숙해질 시대가 오고 있다고 갠적으로 생각하며

그러한 상황에서
기회를 잡으시기를 바랍니다.

잘 보고 가요

저는 노래를 잘 부르게 되면서 이런 비슷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죠.
스스로 노래가 취미라고 소개하거나, 친구가 저를 소개할 때 "얘 노래 잘불러"라고 하면 으레 듣는 멘트가
"노래 조금만 불러주세요"라는 건데... 이거 솔직히 좀 거시기해요... 기분이 좀... 민망하다고 할까;; 부담스럽다고 할까

그림 그려달라고 할때의 기분도 좀 그런거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나는 그걸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해달라고 하면 좀 당황스러운 그런거... 이건 대가의 지불 여부 이전의 문제일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ㅎㅎ

정말 우리가 깊게 생각해봐야되는 내용을 잘 풀어서 써주셨네요~
잘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아이쿠...저도 뽀토시님께 지나가는말로 던졌던게 죄송해집니다 ㅠㅠ 영화와 게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것처럼 그림도 그렇게 되길...:) 뽀토시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