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참 약한 존재다.
오랜만에 옛날 애니메이션을 보니 참 묘한 기분이 든다.
분명 예전에 보았던 장면도 있고,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대사도 있는데 지금의 감성으로 바라보니 조금 낯설기도 하다.
에반게리온을 보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인간이라는 존재가 참 약하다는 것이다.
거대한 적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정작 등장인물들은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정작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은 두렵다.
서로 가까워지고 싶으면서도 상처받기는 싫은 모습.
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이야기라기보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왜 이렇게 불완전할까.
작품을 보다 보면 인간의 마음을 둘러싼 벽, 이른바 AT필드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적의 공격을 막는 방어막 정도로 생각했는데, 조금 찾아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마음의 거리와 관계를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더라.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나 자신을 드러내기는 싫은 마음. 상처받지 않으려고 스스로 벽을 만드는 모습.
그런 의미에서 보면 AT필드는 꽤 재미있는 설정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다른 존재에게 어떤 의미일까.
작품 속에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 인류의 관계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등장한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인간보다 훨씬 강하거나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인간에게 관심을 갖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것은 정말 인간이 가진 매력 때문일까?
아니면 인간이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희망에 가까운 것일까.
인간은 약하고 불완전하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고 관계를 맺으려고 한다. 어쩌면 그런 모습 자체가 인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건 작품을 보면서 든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다루는 인간과 삶에 대한 이야기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드라마가 인생과 인간관계를 이야기할 때 일본 애니메이션은 꽤 오래전부터 인간의 존재와 삶 자체에 대해 고민하는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다.
물론 모든 작품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단순한 오락을 넘어 인간의 내면이나 삶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작품들이 꾸준히 만들어져 왔다는 생각이 든다.
에반게리온도 그런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정답을 알려주기보다는 질문을 던지고, 보는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해석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3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이 이 작품을 다시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추억이라는 것도 참 재미있다.
예전 애니메이션을 보니 화면의 연출이나 색감, 장면 전환도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요즘 작품에 익숙해진 눈으로 보면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가끔은 지나치게 과장된 감정 표현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또 익숙한 장면과 음악이 나오면 그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어릴 때는 그저 지나쳤던 장면들이 지금은 다르게 들리고, 별 의미 없이 보았던 대사에도 잠시 생각이 머문다.
같은 작품인데 보는 사람은 달라져 있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는 재미는 어쩌면 작품 자체보다 그 작품을 바라보는 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에반게리온.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고, 생각할 거리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