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투어] 프롤로그, 새로운 국경을 찾아서.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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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투어] 프롤로그, 새로운 국경을 찾아서.

나는 늘 국경을 꿈꿨다. 말하자면 땅에 두 발 디디고 서서 이곳에서 저곳으로 살포시 넘나들 수 있는 자유와 융통성 같은 것들을 동경했다. 한 걸음 껑충 내딛는 사이에 국가가 바뀌는 경험은 아무리 여러 번 반복해도 설레고 묘한 일이다. 대학교 때 유럽여행을 시작으로 나는 그 묘한 쾌감에 빠져 꽤 자주 국경을 넘으며 길 위를 서성거렸다. 티베트에서 네팔, 인도, 파키스탄을 넘나들었고 터키에서 조지아와 불가리아와 시리아를 마케도니아부터 코소보 세르비아 등 발칸의 국경을 넘었다.

티베트 니알람에서 4일을 고립되어 있다가 7시간 눈을 헤치며 걷고 1시간 버스를 타고나서야 마주할 수 있었던 국경 도시 장무는 내가 겪은 가장 드라마틱한 국경이다. 나와 친구들은 밀입국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숨을 죽인 채 환호하고 숙소에 와서야 ‘우리 하나 되어 이겼어’ 노래를 부르며 오열했다. 모험이자 설렘이던 국경이 내게 무덤덤해진 건 무기력이 습관으로 굳어지던 어느 날들이 계속 이어지면서였다. 떠도는 삶과 머무는 삶을 반복하며 나는 떠도는 것도 머무는 것도 행복하지 않은, 무엇을 해도 행복하지 않은 돌연변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서는 한참 동안 가만히 있었다. 욕망도 열망도 기쁨도 행복도 아무것도 없이 남은 것은 무기력뿐이라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살아있지만 살아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씩 애써 몸을 일으키다가 결국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다시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나는 길 위에서 가장 크게 웃는 사람이었으니.

하지만 이번에 내가 떠나는 길은 두 발 디딜 수 있는 땅이 아니라 그 속을 헤아릴 수 없이 깊고 찰랑거리고 위험한 바다다.

“크루즈 여행을 가보는 건 어때요?.”

애초에 남미로 여행을 가려던 내게 갑작스러운 이 제안은 얼토당토않게 느껴졌다.

“네??? 크루즈요?? 으하하하하하.”

어이가 없어서 큰소리로 웃었다. 얼마 만에 이렇게 크게 웃었던지.

“크루즈 엄청 비싸고 은퇴한 노부부들이나 가는 거 아닌가요?”

살면서 내가 크루즈 여행을 해볼 거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 없고, 관심도 가져본 적도 없다. 크루즈 하면 떠오르는 것도 타이타닉 같은 영화의 장면과 남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편견 정도뿐이다. 근데 순간 머릿속에 큰 배에 서 있는 내가 보였다. 붉게 타오르는 해 질 녘의 하늘 아래 쪽빛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그 위에 떠 있는 하얀 색 배 안에 위스키를 한 잔 들고 서 있는 내가. 근사한 그림이었다. 그리고 크루즈는 내 생각만큼 비싸지도 않았다.

그래서 물렁물렁하고 유연하고 속을 알 수 없는 바닷길에 뛰어들기로 했다. 바다로 국경을 넘나들기로 했다. 크루즈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하기로 했다.




[크루즈 투어] 프롤로그, 새로운 국경을 찾아서.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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꺅! 젠젠님 크루즈 마슷허가 되셔서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비키니와 이브닝드레스를 준비하면 되죠? 꺅!

비키니와 이브닝 드레스 턱시도 리본넥타이는 기본 아닙니까? 제가 젠리스 힐튼인거 아시죠? 남녀를오가며 놀아 보겠습니다!!

젠젠님 조심히 다녀오셔야합니다!!!!

그럼요 늘 조심히 다니겠습니다 :)

떠도는 삶과 머무는 삶을 반복하며 나는 떠도는 것도 머무는 것도 행복하지 않은, 무엇을 해도 행복하지 않은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 구절 뭔가 너무 공감되요. ㅎㅎㅎ

젠젠님의 크루즈 여행이라니 너무 기대됩니다!!!

고물님!!! 저도 고물님 글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스팀잇 좀 멀어졌다 이제 열심히 하려하니 많이 놀러와 주세요! 저 사실 서울대입구 근처 살아서 고물님 만나고 싶어 머뭇머뭇도 했어요. 언젠가 꼭 뵈어요.

젠젠님 스팀잇과 다시 친해지시다니기쁜 소식이네요!!+_+

오오오! 생각도 못했어요 젠젠님이 머뭇거리셨다니 ㅋㅋㅋ 언제나 환영이죠 저도 언젠간 꼭 뵙고 싶어요 ^_^

국경을 넘는것에 대한 설렘과 동경...공감됩니다 ^^


반갑습니다~
저도 여행을 좋아해서 팔로우 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저도 팔로우 했어요:)

펜으로 그린 그림 넘 귀여워요 ㅎㅎ

칭찬에 어깨가 으쓱으쓱

기대 됩니다. 저도 크루즈 여행을 하고 싶거든요. 크루즈에 자전거 싣고 각 기항지 마다 자전거를 가지고 돌아다니고 ~~~ 좋은 여행기 기다립니다.

오 진짜 괜찮은 생각이네요. 제가 타는 크루즈들은 특히나 낯선 항구에 많이 서는데 시내까지 가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비싸더라고요! 저는 자전거를 못타서 실행할 수는 없지만 나중에 꼭 히마판님이 기항지 자전거 여행 해주세요 :)

항구마다 투어 비용이 비싸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단 말이 많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자전거를 가지고 매 항구마다 돌면 시간도 절약되고 비용도 줄이고 일석이조 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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