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의 신발은 잘 있나요?

in #zzan4 years ago (edited)

어제가 정월 대보름이고 오늘이 귀신날이다.
보름날 밤이 깊어 자정이 지나면 찾아오는 귀신이 바로 야광귀였다.

내가 어릴 적에만 해도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대보름날을 재미있게 지냈다.

우선 대보름 달맞이를 하느라 아침부터 바빴다.
동네 우물물을 제일 먼저 긷는 사람은 ‘용알 뜨기’라고 해서 그 해의
복을 뜨는 의미로 첫새벽에 일어나 물동이를 이고 우물로 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부럼깨기와 귀밝이술 더위팔기가 있었지만 하이라이트는 역시
달맞이였다.

보름달을 제일 먼저 보기 위해 저녁을 일찍 먹고 동산으로 올라갔다.
달이 보이기 시작하면 다북이라고 하는 쑥의 일종으로 만든 달집을
태우며 달님에게 절을 하고 소원을 빌고 떡을 구워먹었다. 설날부터
보름동안 날리던 연을 멀리 날리고 미처 날리지 못한 연과 얼레를 태웠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은 각기 또래들끼리 놀았다. 특히 층층시하에
살던 며느리들이 어른 안 계신 집에 모여 늦은 시간까지 커다란 함지나
자바기에 바가지를 엎은 물장구를 치며 노래를 하며 한스러운 눈물을
찍어내기도 하였다. 늦도록 놀다 밤참도 먹으며 몰래 막걸리도 한 잔
하며 농한기의 마지막 휴가를 즐기는 셈이었다.

그렇게 재미있게 놀던 사람들이 신데렐라처럼 자정이 되기 전에 모두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열두시가 넘으면 바로 귀신 날이라고
해서 귀신 붙는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귀신날 즉, 야광귀가 오는 날이었다.
야광귀는 언제나 인간의 신발을 탐을 내고 있었다. 인간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게 바로 신발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무 때나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나타날 수가 없었다. 바로 정월 대보름 다음날이
되어야 나타날 수 있었다.

야광귀란 놈이 한밤중에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신발을 하나씩
신어보고 맞는 신발이 있으면 신고 가버린다고 했다. 지금 같으면 그깟
신발 한 켤레 잃는다고 무슨 큰일이랴 하겠지만 그 때만해도 신발도
귀했지만 실제로 신발을 잃은 아이는 불길한 일이 생긴다고 했다.

그래서 모두 신발을 감추고 불을 끄고 잤다. 그리고 체를 대청 상기둥이나
대문간이나 부엌문 옆에 걸어 두었다. 야광귀가 체의 구멍을 세어 보다가
다 세지 못하여 신발 신는 것을 잊어버리고 닭이 울면 가 버리기 때문이다.

오늘날처럼 문명이 발달한 세상에 귀신 얘기는 시시하기 짝이 없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늦은 시간까지 밖에서 놀지 말고 일찍 들어오라는
서방님들의 성화가 만들어낸 얘기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진달래 필 때 산에 가면 문둥이가 꽃나무 밑에 가만히 숨어 있다가
아이들을 잡아 간을 빼먹는다고 했던 말처럼...

그래도 누가 아나요.
어제 늦게 들어오신 분들 지금이라도 신발장 열어보세요.

야광귀보다 기침하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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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 듣는 얘기인데 재미 있네요 ^^

아직 젊다는 말씀이지요.
그전에는 할머니 곁에 모이면 귀신얘기
호랑이 얘기였어요.

캬~! 옛 추억 ^^ 💙

어제 프로그래머가 의도한 바
영자원에서는 ㅋㅋ

귀신 들린 귀신 영화들 연속 상영했었다는~ㅋㅋ

https://www.steemzzang.com/zzan/@bluengel/3s2xpd-zzan

짠~! 💙

항상 행복한 💙 오늘 보내셔용~^^
2020 쥐뿔(?) 스팀 ♨ 힘차게 가즈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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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화장실 갔다올때마다 얼마나 무서웠던지요.
댓돌에 신발 벗어놓고 마루에 올라가려면
남은 한 발을 부딪치며 올라갔어요.
마루밑에서 시커먼 손이 나와서 발목을 잡아간다고 해서...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 거 같아요.
덕분에 아들에게 알려줬어요.^^

재미있어 하지요?^^

티비가 없던 시절에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지어졌는데요... 우리는 뭔가 잃어버리고 사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할머니보다 모니터를 좋아합니다.
섭하게도 ㅠㅠ

1월 문학상에 잘 응모되었는지 궁금해서 여쭙니다.
메일에 수신인이 읽지 않으신 거로 되어 있어서요. ㅎㅎ

당연히 접수 했습니다.
이번에도 숨도 안 쉬고 읽었습니다.^^

데헷... 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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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하나 문간에 걸고 귀신 노는 걸 구경이나 해볼까나...^^

그러다가 시인님을 알아보고
시 한편에 엽전 한 닢이라고 떼쓰면 어쩌시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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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외가는 음력 정월 대보름만 되면 뒤안에 솥단지 두 개를 걸어 찰밥을 지어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해요.
남은 찰밥은 마지막으로 동네 청년들이 걷어 가서 먹고요.
전쟁이 난 해 전까지는 사당놀이패도 불러 며칠간 잔치도 베풀었고요.
지금도 기억이 선선해요, 주먹만하게 뭉친 찰밥에 김을 씌워 먹던 시절이..... 얼마나 달고 맛나던지요.

맞아요.
커다란 시루에 베보자기를 깔고 한 가득 찌면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와서 먹고
밤에도 젊은이들이 돌아가며 먹곤 했습니다.
술 익는 소리가 들리던 시절^^

 4 years ago  Reveal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