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남매 육아이야기] 엄마라는 옷.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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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to @tata1

워킹맘을 하고 나서 정신이 없었는데 집안일까지 겹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행히 오늘 좀 회복한것 같다)

오래간만에 계속 몸을 움직이려니 불어난 몸집때문에 발과 다리는 쑤셔왔다. 이전엔 임신했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으나 이젠 홀몸이니(근데 왜 홀몸이 아닌것 같을까..) 핑곗거리가 없다. 무조건 움직여야한다. 고양이 마냥 나른하게 있는걸 좋아하는데... 하루에 한시간만이라도 나른하게 누워 뒹굴 거려야 스트레스를 안받고 살 수 있는데... 그걸 못했다.

난 몸집도 작지만... 이라고 쓰고나니.. 키가 작지 더이상 몸집이 작은 몸집이 아니다. 다섯번의 출산을 탓해본다. 신랑도 매일 떡대라고 놀린다. 그런 본인도 만만치 않지만.. 아무튼 예전부터 체력의 배터리가 용량이 작아 쉽게 지친다. 하지만 충전도 금방 되기에 30분만 나른하게 있어도 금방 충전이 되어 빨빨거리며 돌아다니곤 했다. 그런데 그 잠깐의 충전을 못하고 커피로 낮 시간을 보내고 10시만 되면 아이들과 골아떨어져 잤다.

아이들을 재우고 난뒤의 신랑과의 퀄러티 타임을 못가져 잠깐 서먹서먹하다가 오늘은 아이들을 재우고 기를 쓰고 나와 같이 영화를 봤다. 물론 보다가 잠들었다. 영화가 끝나갈때쯤 신랑이 깨우는 바람에 잠이 깨버려 오래간만에 새벽에 글을 써본다.

집에서 육아만 할때와 달리 여기저기서 날 괴롭히는 일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그럴까?
아이들 보는게 마냥 힘들었던 것 같은데...
그 아이들을 보면서 힘을 얻고 있다.
아이들이 이전보다 조금씩 커서 그랬을 수도 있다.

데이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온 석가탄신일.
빨간날마다 일하는 엄마 덕분에 어디 놀러가질 못하는 아이들이 불쌍해..
피곤함에도 어디든 나가자고 신랑을 꼬셨다.
집근처 공원에라도 가자고.
날도 좋고...
얻어 입은 커플티를 일호부터 사호까지 입히고..
아빠는 소세지를 구워 음료수도 싸들고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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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멀리 나가는 건 아니지만 집이 아니라 밖이란 사실에 아이들은 그저 신이 나서 뛰어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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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뿐이라 따로 효과를 넣지 않았다. 초록색이 너무 이뻐서 효과를 넣지 않아도 그림 같다.)
계단도 혼자 잘 올라가는 사호를 보면서
아... 조금만 견디면 좋은 날이 오겠구나... 란 생각을 해본다.

공원 공터에 앉아서 일단 간식부터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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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오호.
그저.. 바라만 볼 뿐..
아직 소세진 무리기에...

나란히 앉아서 소세지를 먹고 있는데 비둘기 한마리가 근처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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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들의 소세지를 뺏어먹을까봐 무서워하는 아이들...
비둘기가.... 소세지도 먹었던가????
아무튼 일호는 좀 컸다고 무서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먹고 있고..
나머지 아이들은 비둘기때문에 호들갑이다.

비둘기도 애들이 시끄러웠는지 다른 곳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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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경계를 놓지 않는 아이들...
소세지 하나도 소중한 아이들이다.

뚝딱 다 먹고 나서 잠시도 가만히 안있는 일호가 심심하다고 난리다.
그래서 누가 그려다 놓고 간 사방치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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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치기는 일호밖에 못해서 다른 아이들은 다 땅을 파고 있었다.
이호가 흥미를 보여하길래 어드벤테이지를 좀 주면서 같이 했다.

몸이 무거운데 풀쩍풀쩍 뛰려니 괜시리 땅한테 미안해졌다. 그래도 엄마가 일등.
천천히 봐주면서 하려니 쉬었다가는 이 게임을 끝낼 수 없을 것 같아 후다닥 해치웠더니...
옆에서 보던 신랑이 말한다.

살을 빼고 그걸 하고 있으면 정말 매력적일 것 같애...

살을 빼면... 이걸 안하고 있어도 매력적일거다. 신랑님아.

사방치기는 엄마 일등, 일호 이등, 이호 삼등으로 마무리 짓고..
자꾸 사호가 모래를 집어 흩뿌리고 다녀서 집으로 향했다. 다른 곳으로 가자고 꼬시면서...

그래서 집에 가는 길에 들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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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파인 일호는 운동신경도 좋고, 몸이 가벼워서 아기때부터 잘 넘어지지도 않고 빨리 걷고 어디든 잘 올라갔다. 그리고 여전히 그러고 있다. 그런데 운동 신경 보단 그냥 힘이 세고 무거운 사호가 요즘 움직임에 자신감이 붙었는지 큰언니를 따라 올라갔다. 나름 안정적으로 조심하면서 잘 올라가길래 뒤어서 봐줬더니 끝까지 올라갔다. 음.. 크게 될 아이다.

공주파인 이호 삼호는 관심도 없다. 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구경하고 만지작 거리기만 할뿐...

아침부터 일을해서 몸은 고단하고... 신경쓰이는 일 때문에 머린 아팠으나..
아이들과의 잠깐의 외출로 힘을 조금 얻었다. 물론 몸은 힘들었으나 정신적으론 힘을 얻은 것 같다.

마냥 나를 힘들게만 할 것 같았던 아이들이 이젠 오히려 보고 있으면 힘이 되는 그런 때가 찾아왔다.
여전히 실수를 잘 봐주지 못하고 말안듣는다고 소리를 지르지만...
그래도 점점 더 나는 엄마라는 생각이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하고 있다.
아이를 다섯이나 낳고 이제서야 그러냐... 라고 할 수도 있으나...
뭐.. 모든 엄마가 다 같을 순 없으니깐.

엄마라는 옷이 점점 맞아가는 기분이랄까?
아... 살이 쪄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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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매요? 무한존경합니다. 엄마라는 옷은 저는 처음부터 안맞았고 영원히 안맞을 것 같아요 ㅠ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매일 드는 요즘입니다...

아이가 많으시군요.
힘내세요.

일 때문에 리자님 포스팅이 뜸해져서 아쉬운데 간만에 반가운 글이네요^^ 일호부터 오호까지 참 개성도 뚜렷하죠? 엄마나 아빠가 되었다고 느끼는건 다 개인차가 있는 듯 해요. 그러다가 돌아가기도 하고. 다행히 빨리 충전되신다니 매일 30분만이라도 온전한 시간 가지실 수 있길 응원해 봅니다 ^^

근데 왜 홀몸이 아닌것 같을까..

여기 읽다가 잠시 쭈뼛!

ㅋㅋㅋㅋㅋ 우리 일호(따라쟁이) 종업식 하러 가는 차안에서 킥킥거리며 읽었어요 ㅋㅋㅋ 신랑들의 애정표현은 다 왜그런가요. 땅한테 미안하다니 하하하하 왜이리 웃긴가요 리자님. 떡대 라는 말은 제가 둘째낳고 죽겠다고 누웠는데 신랑이 제게 하던 말, 저는 키가 커서 라고 쓰다가, 작지않아서ㅋㅋ 그야말로 떡대였거든요. 살을 빼고 펄쩍펄쩍 뛰고 있으면 누가 잡아갈텐데 신랑분이 뭘 모르시네요. 살로 시작해서 살로 끝나는 예쁜 글, 중간중간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에 함박웃음 지으며 읽고 갑니다^^

그게 엄마겠지요.. 집안에만 있기엔 너무 심심해 집앞이라도 나가길 바라는 아이들 덕에 나도 수목원을^^;;
힘내자 좋은날이 올꺼야..

오홋,,, 다섯 남매... 부러워요. ^^

부러우면 도전해보시는걸로...

리자님..바쁘고 고단한 마음을 아이들에게서 위로받으신다니 충분히 최고의 엄마입니다
살이야 뭐...하하;;
저는 뭐...거의 포기 상태인데...^-^;;

넘 피곤한데....
와서 엄마 하뜨~ 하면서 짧은 팔로 머리위로 올리는 사호를 보며..
그래... 이걸로 충분하다... 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그렇게 이쁜짓해놓구 돌아서 우유 다 쏟고... 씨리얼 다 부어버리는 통에 등짝 한대 맞았다는.. 슬픈 사호...

살이 없으면 애들을 들고다니기 힘들다 생각하기에 잘 가지고 있습니다. ㅋㅋ

아이들이 많은 힘을 주고 있군요. 중간중간 묻어나는 피로에 에너자이저가 에너지총 쏴드리고 가요!! 빵야빵야~ ㅎㅎㅎ

대포로... 좀... ㅋㅋㅋ
총 맞고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

힘들어도 함께 나간 마음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죠.

ㅎㅎ
아이들도 알겠죠... 언젠가는...

난... 사랑이었네~

여긴 비밀글 쓰는게 없나봐요.ㅠㅠ
글을 보니 해드릴 말들이 있는데 여기다 쓰긴 또 그렇고..

글을 보고 있으니 제 와이프가 생각나네요..ㅎㅎ;;

우리에겐 스팀챗이 있죠. ㅋㅋ

진짜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실텐데 ㅠㅠ 너무 너무 대단하십니다
진심 존경스러우세욤 ^^
그래도 아쁜아가들이 힘이되어주니 엄마는 참 행복하겠어요^^
저는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