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오랜만이다. 에반게리온.
실은 어릴 때 처음 접했을 때 앞부분만 보고 끝까지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작품의 장면이나 캐릭터, 유명한 대사들은 여러 매체를 통해 계속 접해서 봤다는 착각을 했던 듯 하다. 그렇게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에반게리온을 이번에 다시 보기 시작했다.
에반게리온은 어떤 애니메이션일까?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1995년 일본에서 처음 방영된 TV 애니메이션이다. 감독은 안노 히데아키. 총 26화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인 설정은 거대한 적인 ‘사도’가 인류를 공격하고, 이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인간형 병기 에반게리온에 어린 소년소녀들이 탑승한다는 이야기다.
주인공 이카리 신지는 어느 날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제3신도쿄시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인류의 운명을 건 전투에 휘말리게 된다.
처음 보면 거대한 로봇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적들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SF 로봇 애니메이션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씩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전투보다는 인물들의 심리와 관계, 외로움, 불안,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인지 단순히 누가 강하고 누가 이기는지를 보는 애니메이션과는 조금 다르다.
당시 일본에서의 인기
처음부터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던 작품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방영이 진행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재방송과 1997년 극장판 개봉을 거치며 일본 사회에서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까지 발전했다.
특히 당시 일본은 버블경제 붕괴 이후의 장기적인 불황과 사회적 불안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그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에반게리온이 보여준 불안한 청소년들의 심리와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애니메이션의 설정과 상징을 두고 팬들이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고, 작품 자체를 넘어 그 해석과 토론까지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주제가인 ‘잔혹한 천사의 테제’ 역시 지금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노래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한국에서도 에반게리온은 꽤 특별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1990년대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개방이 제한적이던 시절, 1996년 국내 비디오로 먼저 소개되었다. 이후 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작품을 접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마니아층이 형성되었다.
당시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지금처럼 쉽게 접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에반게리온은 단순한 만화영화 이상의 의미를 갖기도 했다.
물론 일본처럼 전국적인 사회 현상으로 소비된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유명했고 지금도 여러 작품에 영향을 준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에반게리온은 이후 여러 극장판으로 이어졌다. 2007년부터는 기존 TV판의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한 신극장판 시리즈가 시작되었고, 2021년에는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처음 TV 애니메이션이 방영된 지 어느덧 30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여전히 새로운 팬들이 생기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게 조금 신기하다.
어릴 때는 그저 거대한 로봇이 나오는 애니메이션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은데, 지금 다시 보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까.
이번에는 끝까지 천천히 감상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