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이야기

in #kr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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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는 어릴 적부터 참 겁도 많고 엄살도 심한 녀석이었습니다. 뉴저지로 이사를 오고 룸메이트에서 벗어나 혼자 독립을 하면서 큰맘먹고 분양받은, 태어난지 얼만 안된 남매 치와와 중 수컷이었죠. 생긴건 못난이였지만 손바닥에 다 들어오는 정말 작고 앙증맞은 아이였습니다. 처음 우리 집으로 왔던 그날 온 집안에 퍼진 온기를 잊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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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는 암컷 듀마에 비하면 애교도 거의 없고 비만견으로 움직이는 것도 싫어하고 먹는 건 또 엄청 밝히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먹는양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이상하게 살이쪄서 알아보니 중성화 수술한 개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더군요.

아... 중성화 수술할때 의사선생님이 이렇게 엄살이 심한 강아지는 처음이라는 말도 들었는데 수술 당시 트라우마가 있었는지 배근처만 손이가도 예민해져서 소리를 지르며 으르렁거렸습니다. 이 증상은 거의 7,8년 동안은 갔던 것 같네요. 그래서 안아주는 것도 조심스러운 참 까탈스러운 녀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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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외출 후 들어와도 듀마는 꼬리를 치며 아주 반가워하는데 몽테는 쿠션위에 앉아서 조용히 그저 눈길만 한번 줄 뿐이었습니다. 간식없이 부르면 무시하기 일쑤였고 애교따윈 전혀 없었죠. 그래도 가끔 내게 안기고 싶을때면 발밑으로 와서 안아달라고 몸을 비비던 전생에 고양이가 아니었나 싶을 만큼 일반적인 개의 성격은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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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많은 성격은 참 저를 많이 피곤하게 했는데요. 배변패드가 있는 곳은 카펫이 아닌 타일이 깔린 곳인데 거기서 딱 한번 미끌어 넘어졌던 경험 이후로는 집 구석구석 카펫위에서 소변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타일위에 고무패드를 깔아 주었지만 혼날때만 며칠 잘 가리다가 계속 실수를 반복하곤 했어요. 신문지를 말아서 혼을 내며 몸에 살짝만 갖다대도 '동네사람들~! 나 죽어요~!' 하며 깨깽거렸던 엄살 참 심했던 녀석... 지금 생각하니 하도 혼나서 어쩌면 평생 저를 무서워했던 건 아닌가 하는 미안한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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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쯤 되었을 때였던가요? 한번은 계속 토를 하며 그답지 않게 며칠동안 음식을 거부하더니 살이 쪽 빠져서 결국 병원에 응급으로 입원하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간식으로 매일 줬던 말린 치킨이 위에 걸려서 소화기장애가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평소 잘 씹지도 않고 환장하며 먹더니 결국 그 사단이 난건데 벌크로 구입했던 말린 치킨 한통은 그렇게 쓰레기통으로 직행했고 엄청난 진료비의 압박을 아는지 모르는지 몽테는 며칠만에 다시 회복해서 이전의 몸매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건강하면 됐다 하고 이후론 부드러운 간식만 제공해 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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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는 움직이는 건 싫어하지만 그래도 산책은 정말 좋아하던 녀석이었어요. 몸이 무거워 나중엔 오줌도 한쪽발을 들지 못하고 암컷처럼 싸긴 했지만 전봇대마다 영역표시는 빠짐없이 철저히 하고 다녔죠. 동네 한두바퀴도 문제없던 녀석이 한바퀴도 버거워하더니 나중엔 도저히 못 걷겠다며 중간에 퍼져서 매번 육중한 녀석을 안고 오느라 고역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좋아하던 산책도 언젠가부터는 귀찮아 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산책가자는 말에도 시큰둥하게 되었네요. 그냥 집앞 잔디에 나가는 정도로만 만족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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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12살쯤 되었을 작년 어느날, 갑자기 뒷다리를 못움직이더니 거동을 힘겨워하는 일이 발생했어요. 이전부터 뒷다리를 덜덜 떠는 증상이 있어 수시로 마사지를 해줬었는데 결국 올게 왔구나... 싶었죠. 병원에 가기 전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기적의 관절약(Synovi G4)을 발견하곤 바로 주문해서 급여를 했는데 이 약도 놀라운 식탐으로 무척 잘 먹더군요. 급여 후 일주일도 안돼서 걷기 시작하더니 한달 이후로는 다시 온전한 움직임을 회복했습니다. 다리떨림도 사라졌고요. 정말 기적의 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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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슷한 시기, 갑자기 꺽꺽 기침을 하며 오리우는 소리를 내는 일이 잦아졌어요. 이전에도 가끔 이런일이 있어서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이번엔 증상이 꽤 오래갔습니다. 의사에게 문의해보니 심장쪽에 문제가 있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해서 그때부터 정기적으로 심장약을 먹기 시작했지요. 이후 증상은 정말 많이 좋아졌지만 심장병은 완치가 힘들고 정기적으로 평생 같은 시간에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너란 녀석 참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구나...' 했지만 열심히 시간체크하며 관리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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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는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웃음이 나는 녀석이었습니다. 통통하고 귀여운 얼굴과 저와 듀마의 눈치를 보며 듀마만 무조건 따라하는 소심쟁이에 먹는 거 앞에서는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며 환장을 하는 그 간식에 대한 열정은 높이살만 한 녀석이었어요. 몽테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고구마, 감자, 황태, 삶은닭, 삶은계란, 상추등이었지요. 간식을 앞에 두고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하기라도 하면 짜증을 내고 마구 짖어대며 현기증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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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전 몽테는 갑자기 거친 호흡으로 힘들어하기 시작했습니다. 눈은 빨갛게 충혈된 채 미친듯이 물을 마셔대고 앉은자리에 오줌도 싸고요. 다시 병원을 찾았더니 폐에 물이 찼는데 상태가 많이 안 좋다며 옵션3개를 제시하시더군요. (응급실치료 / 안락사 / 집에서 독한 약치료) 응급실치료는 하루 6천불이 넘는 고가라서 엄두가 안났고 몽테가 평소 건강했기때문에 집에서 약만 잘 먹으면 다시 회복될 수 있을거란 믿음으로 약을 받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의사는 절대 움직이지 않도록 하라며 약물치료 중 급사할 수 있다고 경고를 해 주었지만 저는 자신있었고 또 이게 당시로서는 최선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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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를 맞고 약을 받아와 그날부터 지극정성으로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효과는 이틀 후 바로 나타났어요. 다시 건강하게 돌아 다니더니 식탐도 부리고 대소변도 가리고 호흡도 안정적으로 돌아왔지요. 몽테가 좋아하는 고구마와 황태, 삶은계란등의 고영양식을 챙겨주면서 건강하게 오래살자고 함께 약속했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줄만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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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전부터 다시 호흡이 안 좋아지더니 엊그제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나버린 몽테... 새벽에 너무 조용하고 듀마가 부산스럽게 움직여서 기분이 싸해 벌떡 일어나보니 4일간 침대위에서 전혀 움직임이 없던 몽테가 몸을 움직여 제 침대 옆까지 나와 차갑게 바닥에 식어 있었습니다. 제게 인사라도 하고 떠나려고 했던 걸까요? 며칠동안 대변을 누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대변도 다 보고 조용히 하늘나라로 가버렸습니다. 개들은 죽기전 주인과의 추억을 나누기 위해 건강을 잠시 회복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회복되었을때 더 많이 놀아주고 맛난것도 더 많이 사줄 걸... 차가운 바닥에서 왜 그렇게 가버렸니...

그날 아침 팻 화장터를 직접 방문해 몽테를 화장시키고 한줌도 안되는 재가 되어 나무상자에 담긴 그녀석을 받아 왔어요. 거리에 온갖 귀신 분장을 한 아이들이 웃으며 사탕을 받으며 돌아다니는 걸 보고 오늘이 할로윈이구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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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약하고 겁이 많게 태어나 예민하고 엄살많고 손이 많이 갔던 아이 몽테... 그가 남긴 약들과 물품, 동영상과 사진들을 정리하고 눈물흘리며 추억하다 이곳에 마지막 기록을 남깁니다. 언젠가는 이별할걸 알고 마음의 준비는 늘 한다고 했지만 막상 닥치니 실감도 안나고 마음이 참 많이 아프네요. 지금껏 아무 문제없이 건강하게 자라준 듀마까지 떠나 버리면 그 상실감과 공허함이 상당히 클 것 같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순간순간 찾아오는 기억들이 힘들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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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야 우리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 혼만내는 주인만나서 고생 참 많았고 정말 미안했다. 이제 고통없는 그곳에서 겁내지말고 행복하게 잘 뛰어놀고 있으렴... 너무나 미치도록 보고 싶지만... 잠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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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떠나 보내는 일은 참 눈물나는 일입니다.
제게도 푸들이 한 마리 있는데(이름은 복길이) 이제 5년이
지났기에 앞으로 10년이면 그날이 오겠구나 가늠해 보면서 아연해지곤 합니다. 정이란 게 그토록 깊은 건가 봅니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구석구석 녀석의 흔적이 참 슬프게 하네요. 잘해줬다고 생각했는데도 계속 아쉬움이 남는군요...

이름을 생각하다가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알렉상드르 듀마가 이제야 떠올랐어요. 제가 불이 좀 늦게 들어옵니다. ㅋㅋ

네. 맞아요.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듀마 보바리 부인입니다.^^

몽테는 키위파위님은 만나 좋은 기억을 많이 가지고 다리을 건넜을거라 믿어요. 마지막까지 같이 있고 싶었나봐요. 이렇게 글로서 함께했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를 남기니 더욱 의미 있네요. 몽테도 좋아했을거에요. 너무나 귀엽고 소중한 강아지였군요 :) 잘가 몽테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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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마지막에 제 품에서 잠들었으면 좋았을텐데 무심하게 귀마개하고 자고만 있던 제가 원망스럽네요. T^T 글쓰면서 몽테의 일생을 추억하며 잘 보내주었어요. 이제 그만 울고 정신 차려야죠. 잘 가 몽테야!!

무슨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몽테가 좋은 곳에 가서 아프지 않기를... 그리고 키위님도 마음 추스르시기를 바랄게요.

댓글만으로도 위로가 되었습니다.^^ 며칠 잠을 설쳤더니 피곤하네요. 얼른 마음 추스리고 듀마에 집중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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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형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여기서는 아프지도 않고 벌써 친구들도 많이 생겨서 외롭지도 않아
그러니까 내 걱정은 하지마~
아주 먼 훗날에 형이 천국에 오면 내가 구경시켜 줄게~
그때까지 항상 건강 잘 챙기구 즐겁게 지내!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언제나 함께야
잘 지내
안녕
-먹보 몽테-

사교성도 없어 보이더니 친구들도 금방 사귀었구나.
거기선 다이어트 좀 하고 먹는 건 조금만 밝혀. 친구들이 싫어할거야.
아프지 않다니 마음이 놓인다. 잘먹는데 골골해서 속상했는데
이젠 아프지말고 실컷 뛰어 놀고 결혼도 하고 잘 살아~ (아... 내가 잘랐지...)
너 갈때 내가 안아주고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했다.
듀마는 한참 후에 보낼테니 그 전까지 잘 지내고 행복하렴!
안녕
-키위 형-

분명 몽테도 함께한 시간들이 행복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좋아하는 간식은 매일 주었으니 행복했기를...

이런글은 참 뭐라 댓글을 써야 할지 그저 함께한 소중한 시간과 더이상 함께 할수 없다는 상황에 공감이 더해져 그저 가슴이 먹먹 하네요

애견인들의 숙명이죠. T^T 살아있는동안 후회없이 잘 해주는 수 밖에요. 모든 생명체들이 고통없이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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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는 분명 행복했고, 하늘에서도 또 행복할거야ㅠㅠㅠ..주륵...

고마워. 여행 안전하고 즐겁게 보내고 와!

미국도 강아지병원값이 장난이 아니네요....몽테도 어디있든 키위님을 기억할겁니다..

네. 병원비 부담이 좀 심하죠. T^T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mini 토큰 운영과 관련한 홀더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의견 개진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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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보냈던 시간들을 소중히 기억해주고,
떠난 자리를 슬퍼하고 애도하는
사려깊은 주인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몽테는 행복한 강아지였을 것 같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이니..
무지개다리 건너 좋은 곳으로 갔을 몽테,
함께 행복했던 추억만 남기시고,
가족같은 강아지를 떠나보낸 슬픔은
금새 극복하시기를 바랍니다..!


몽테를 위해서 노래를 한 곡 공유하고 갈게요.


(가사는 조금 슬프지만.. 곡의 선율이 아름답습니다.)

힘내세요 @kiwifi 님!

감사합니다. 유쓰미님. 잘 지내고 계시죠? 벌써 일주일이 지났네요. 문득 문득 집안 곳곳 몽테의 흔적이 슬프게 하지만 잘 극복하고 있습니다. 이런날을 대비해 평소에 잘해주려고 노력했어요.^^ 제 형편안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몽테도 행복하게 살다 갔을거라 믿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음악까지 선물해 주시고 항상 감사드려요. 추운데 건강 조심하시고 가끔 소식 들려주세요.^^